[농정춘추] 친환경농업 육성, 새 옷으로 갈아입자

  • 입력 2017.12.22 13:04
  • 수정 2017.12.22 13:05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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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 관련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틀로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인증 제도를 비롯해 법률의 체계와 내용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규제와 관리 위주에서 육성이나 활성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인증기준의 관점도 화학적 자재 투입 위주에서 지역단위의 친환경농업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친환경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실시하고 있는 농촌지역은 생물종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건전한 환경과 경관이 살아나고 있다.

1997년에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됐다. 이 시기의 친환경농업은 국민은 고사하고 농업연구자들의 동의도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업의 분류 및 개념, 특징 등을 정립하는데 많은 토론과 설득을 거쳤다. 1997년 이 법률의 제정은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에 대해 제도권 내에서 고민하고 다양한 생물종의 복원, 환경과 경관보전 등 공익적 가치가 발휘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화학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영농방식에서 탈피해, 농촌 환경을 개선하고 농민들이 농약중독에서 벗어나게 했다. 더구나 개방화시대에 품질경쟁력 향상을 통한 국내농산물의 소비를 증가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은 2012년에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됐다. 개정 이유로는 소비자의 신뢰 확보, 친환경농어업 및 친환경 농수산물의 유통·소비 실태조사 및 평가, 친환경 약제, 친환경농산물과 유기식품 등의 인증 관리 등으로 돼있다. 이 법률은 부칙을 제외하고 7장 62조로 구성돼있다. 법률의 명칭에 나타난 것처럼 주요 내용이 관리가 우선이고 지원은 후순위다. 즉 육성 지원에 있다기보다는 생산물과 농자재에 대한 관리와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관리와 규제는 다양한 불법과 탈법을 조장하기 마련이다.

이 법률에서 육성 지원에 관한 조항은 제7조에서 제18조까지 12개로 친환경농어업 육성·실천 계획, 농어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농어업 자원보전, 실태조사 및 평가, 기술개발 보급, 교육 및 훈련, 기술교류 및 홍보, 생산·유통·수출 지원 등이다. 반면에 유기식품 등과 무농약 농수산물 등의 인증 및 관리에 관한 조항은 제19조에서 36조까지 18개, 유기농어업 자재의 공시에 관한 것은 제37조에서 제52조까지 16개 조항이다. 주로 인증절차, 준수사항, 표시 신고, 인증기관 지정 및 준수사항, 지정취소, 인증사업자 및 인증기관의 사후관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은 친환경농어업 및 유기식품 등에 대한 인증 관리와 유기농어업 농자재에 대한 인증 관리가 주요 내용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친환경농업의 가치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 가치 혼돈의 시대에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정당성은 더 중요한 요소이다. 또 GAP는 관행농산물의 안전성 관리영역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친환경농업과 혼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 저농약 인증에서도 금지되어 있던 제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책 실적주의 때문에, 친환경 인증농가가 GAP 인증도 함께 받고 있어 비용이 낭비되고 있기도 하다. 요즘 헌법 개정에 있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포함하자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더욱 발휘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적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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