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따랐더니 농장경영 악화 불러

이동제한에 4개월 사육 못했는데도 수백만원 보상 그쳐
지원기준 불분명한데다 비현실적 … 가금농가 경영난 가중
‘무책임·탁상행정’ 농식품부, 언제까지 농가피해 외면할텐가

  • 입력 2017.12.17 11:36
  • 수정 2017.12.17 11:3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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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용종계 2만4,000수를 사육하는 A씨는 최근 입식제한조치에 따른 소득안정자금 내역을 확인한 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협조한 탓에 농장 경영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A씨의 종계농장은 AI 발생으로 지난해 12월 이동제한 지역에 포함됐다. 그 뒤로 잇따라 인근에서 AI가 발생해 올해 3월 23일에 이동제한이 풀렸고 4월에야 새로 닭을 입식해 종계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A씨는 4개월 동안 닭을 사육하지 못했지만 정부가 일정 수준은 소득을 보전해 주리라 믿었다. 그는 최근에야 소득안정자금으로 660만원만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득안정자금은 AI 발생에 따른 이동제한 규정에 의해 정상입식이 지연된 농가에 지급된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사육을 못해 소득을 올리지 못한 농가의 생계를 일정 지원한다는 취지다.

수당소득은 통계청 통계에 따라 최근 5년 동안 최고·최저소득을 제외한 3년 평균 수당소득으로 정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종계는 통계청의 통계가 없다. 통계가 없으면 통상적으로 협회 등 관계자와 협의해 수당소득을 정한다.

이에 대한양계협회는 올해 종계 수당소득을 1만500원으로 산정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시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2014년 기준(2,700원)을 그대로 인용해 종계농가에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 2,700원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종계 수당소득의 근거를 묻자 “수당소득은 관계자들과 협의해 결정한다”면서 “종계는 2014년에 정해진 기준을 따라 집행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양계협회가 제시한 수당소득에 대해선 “수당소득 계산이 명확하지 않아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았다. 그래서 재산정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명확한 수당소득을 산정할 책임은 양계협회가 아닌 농식품부에게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종계 수당소득 2,700원이 어떤 계산에 의해 산정됐는지를 밝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준도 2,700원이다. 재산정을 하려면 지자체, 생산자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재산정을 해도 소급적용은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애당초 수당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것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농장을 운영하려면 매출이 중요하다. 우선 매출이 있어야 농가가 생활을 하고 노동자의 인건비를 지급하며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사육을 하지 못하면 매출 없이 이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역시 같은 지역에서 종계장을 운영하는 B씨는 11월에 닭을 빼고 이동제한이 풀린 3월에야 2만 3,000여수의 종계를 입식했다. 그가 받은 소득안정자금은 950만원. B씨는 “견딜 수 없어 1월에 닭을 입식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벌금내고 AI 터지면 보상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해서 넣지 못했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에 빚을 더 지게 됐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한 가금농가가 되레 손해를 보는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당장 오리사육 휴지기에 참여한 오리농가들도 매출 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금(수당 510원)에 생계를 의존해야 한다.

지난 3월엔 전라남도가 자체적으로 AI 발생을 막고자 계열업체, 한국오리협회 광주전남도지회와 협의해 10일 동안 입식제한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전남도가 소득안정자금 지원을 농식품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엇박자에 입식자제에 동참한 오리농가들만 고스란히 손해를 감당했다.

오리협회 광주전남도지회는 지난달 농식품부와 전라남도에 공문을 보내 입식제한 조치에 따른 소득안정자금 지원이 되지 않은 데 유감을 밝히며 “부득이하게 입식자제 조치가 필요하면 반드시 농가피해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정식 공문을 통해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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