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 ‘무효’

서울행정법원 1심서 도매시장법인 승소 판결
“경매 문제 있다면 경매제 개선으로 풀어야”
서울시공사 가락시장 개혁 행보 제동 걸리나

  • 입력 2017.12.16 23:27
  • 수정 2017.12.17 13: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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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에 반발한 도매법인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수입당근은 다시 의무상장 품목으로 전환됐고, 상장예외 확대를 통해 시장내 경쟁체제를 확보하려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개혁 시도는 역풍을 맞게 됐다.

도매시장 거래는 상장거래를 원칙으로 하나, 농안법 시행규칙 27조는 △반입물량이 전체의 3% 미만인 품목(1호) △취급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2호) △그밖에 상장거래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3호)에 한해 상장예외를 허용한다.

가락시장 수입당근 반입물량과 중도매인 수는 1·2호 기준을 한참 상회하지만, 공사와 서울시는 3호의 재량권을 사용해 지난 6월 수입당근을 상장예외 품목으로 지정했다. 통관 시 가격이 거의 결정되는 수입당근의 특성상 경매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가락시장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이 가락시장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가락시장 수입당근은 다시 의무상장 품목으로 돌아왔고, 향후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시장 개혁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락시장 상장거래(경매) 모습.

공사는 3호 재량권을 매우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데, 여기엔 도매시장 개혁 의지도 크게 반영돼 있다. 도매법인들은 가락시장 내에서 사실상 독과점을 형성하며 안정적인 고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민간 대기업들이 지배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출하자·소비자에 대한 수익환원이나 유통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공사가 시장 내 경쟁 촉발을 위한 한 방편으로 상장예외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도매법인들은 반대 입장에 있다.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은 공사가 충분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재량권을 남용한 결과며 상장물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조작 및 왜곡 현상이 발생하리라는 견해다. 현실적으로 상장물량이 줄어들면 도매법인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거니와, 수입당근 상장예외를 허용하면 이후 여타 수입품목들의 상장예외 지정을 막을 논리가 없어지므로 배수진을 치고 소송까지 감행한 것이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 동원이 그 절박함을 방증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도매법인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수입당근의 상장거래가 현저히 어렵다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사와 서울시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쟁매매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매매방식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지 상장거래 원칙을 훼손해가면서 자의적으로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도매법인 독과점 등 상장거래의 문제는 상장예외 확대가 아닌 상장거래 자체의 제도개선으로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판부가 상장거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공사의 개혁 행보엔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장거래 개선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사 측은 “재판부가 현재 유통의 흐름이나 공사 측 주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보수적인 판결을 한 것 같다”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오는 19일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수입바나나 상장예외 지정 건은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한층 논쟁이 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수입당근 건에서 실증적 근거 부족이 문제가 된 만큼 공사가 얼마나 객관적인 근거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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