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기초연금 수령, 미안해하지마세요

  • 입력 2017.12.15 13:35
  • 수정 2017.12.15 13:39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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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월부터 기초연금이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다고 하지요? 동시에 5세미만의 아동들에게는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이 신설된다고도 하네요.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나 연세 있는 분들의 노후생활이 보다 윤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힘을 쓰는 모양입니다. 두루 좋은 일이지요.

구점숙(경남 남해)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통과된 다음 날의 뉴스는 온통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에 대한 얘기였고 또 그만큼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더 주어진다하니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그렇거니와 세금을 내는 사람들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입니다. 암요, 그것도 좋은 일이지요. 국민들이 나라살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백 번 천 번 지당한 일입니다. 세금을 잘 못 매기는 것도 문제요, 잘 못 쓰이는 것도 문제인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 때문에 운명을 달리한 나라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말입지요, 어쩐지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 농촌지역에서 말입니다. 더 일할 수 있는데 노령연금이 나오니까 일을 안 한다는 말들, 집이며 논도 있는데 왜 국민들 세금을 허투루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럴 때면 어르신들은 노령연금 대신 애들 급식이나 제대로 주면 좋겠다고 겸연쩍게 말씀하십니다. 농촌지역의 만연화된 빈곤문제로 인해 더욱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일상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겠지요.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국가발전이 현재의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자신들을 희생했던 결과로 가능한 것이고, 때문에 그들은 준비 없이 노후를 맞게 되었으므로 사회적 보장을 국가가 한다는 의미로 기초노령연금을 만들었다지요?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노령연금 증액과 더불어 그 뜻을 제대로 알려야겠습니다. 처지가 곤란한 사람끼리 서로를 탓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성공과 출세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약자를 돕고 연민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요?

날이 새자마자 면소재지의 작은 병원 앞이 붐빕니다. 혈압약이며 당뇨약 처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물물교환까지 이뤄지는 장터도 되는 곳이 병원입니다. 기실 어르신들을 제일 반기는 곳이기도 하지요. 고객(?)이니까요. 일하는 재미 말고 다른 그 무엇을 즐기며 살 기회도 적었을 것이고 또 한 뼘도 벗어나기 어려웠던 삶의 테두리도 좁디좁았겠지요. 그러니 새삼스레 세상을 향해 불평도 의존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당신들이 부지런히 살아왔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맞이할 따름이겠지요.

요즘처럼 추운 날에도 이른 아침 병원 앞은 여전히 기다림으로 분주합니다. 병원에서 가까운 농협 현금자동지급기 코너에서 종이 박스를 찢어서 방석을 삼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병원이 문 열기만을 기다리는 분도 계십니다. 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는 농촌 노인들의 아침 풍경은 참 주체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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