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물류, 한진택배와 손잡고 택배사업 시작

시범사업 1호점 ‘삼향농협’ 농민들 호평 … 중앙회·지자체 지원 있어야 ‘장기화’

  • 입력 2017.12.15 13:05
  • 수정 2017.12.15 13:0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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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1일 전남 무안 삼향농협 택배접수처에서 곽기천(61)씨가 배송 보낼 칡즙을 접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이 싸게 하니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선 좋제라. 농민들은 10원이 서러운디 1박스 부치는데 1,200원이 싸니 그게 어디여. 농민들이 한, 두 박스 보내겠는가. 또 매일 보던 직원들이 하니 살갑고, 정겹고 더 좋지.”

지난 11일 전남 무안 삼향농협에 택배로 칡즙을 부치러 온 농민 곽기천(61)씨의 얘기다. 삼향농협은 농협택배사업의 시범 1호점이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해 20kg 이하 기준 건당 3,800원을 받고 있고 지난 8일 기준 5,719건의 택배를 취급했다. 이날 삼향농협에서 만난 농민들은 주변 택배사보다 가격이 싸 호응이 좋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삼향농협은 택배비에 대한 농가 부담을 더는 등 농민 편익을 위해 빠르게 판단, 추진했다고 한다. 물론 내부적 부담도 있었다. 지역농협의 입장에선 기존에 갖춰진 인적, 물적 토대를 이렇다 할 지원 없이 쓰게 되면 여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또한 택배비 3,800원 중 농협이 받는 수수료는 800원뿐이라 수익성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삼향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이 본격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한 건 올해 초 부터다. 지난 1월 농협물류 주관아래 택배사업 참여TF를 구성하고 4~5월 사업제안서 평가를 통해 한진택배를 협력사로 선정, 8월 삼향농협을 시작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해 10월부터 본 사업에 나섰다. 사업방식은 지역농협이 택배를 접수하고, 택배사가 배송을 책임지는 형태다.

농협에선 10여년 전부터 택배사업 직접 진출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물 택배비가 비싸다는 평가 속에 오배송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농민조합원들의 요구가 높던 터였다. 수차례 검토했지만 불발됐다. 농협 경제지주 관계자는 “업계 1위사가 50%가까이 점유한 상황에서 농협이 뒤늦게 직접 택배사업에 들어가도 성공가능성이 낮고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올해 협력사를 통한 사업 진출로 택배사업을 추진한 배경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라도 택배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의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농협물류에 의하면 지난달 30일 기준 지역농축협 등 전국 625개소에서 택배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13만8,111건을 취급했다. 10월 중순 이후 전국적으로 1일 평균 5,000~1만건(개소당 20건)을 취급한 것이다.

일단 출발은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삼향농협을 이용하는 농민들은 순회 수집이나 무게별 세분화된 가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삼향농협 관계자들도 세분화된 가격은 점차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순회 수집은 농협 차량을 이용하고 싶어도 경쟁업체가 민원을 넣을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명진 삼향농협 전무는 “농협의 택배사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농협중앙회나 지자체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가격이 싸서 호응이 좋지만 원가가 높은데 어느 순간이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전에 문제를 파악해 이를 보완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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