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택배’가 문제다

  • 입력 2017.12.15 13:00
  • 수정 2017.12.15 13:0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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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심을 가슴에 안고 농민 곁으로!' 농산물 배송(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농민들을 위해 농협이 택배사업에 나섰다. 지난 11일 농협택배 전국 1호 취급점인 전남 무안 삼향농협 경제사업소에서 이완범(64, 오른쪽)씨가 농산물 택배를 접수하자 담당 직원이 나와 배송표를 붙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강원도 홍천 내면의 중산간지역에서 1만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 이문호(55)씨. 이씨는 올해 양배추 농사를 지어 지역농협을 통해 5톤트럭 13대 가량의 물량을 계통출하했다고 한다. “지난해 택배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작목까지 바꿔 그리 처리하니 속이 시원하다”는 게 그의 표현이다. 앓던 이가 빠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산나물을 직거래해 왔던 이씨는 지난해 1,500kg 가량의 시래기를 수확했다. 산골은 택배수집 기피지역이라 도시보다 택배비가 더 든다. 일반 택배사는 20kg 박스 1상자에 5,000원 정도고, 우체국은 500~1,500원 정도 비쌌다.

이씨는 시래기 1kg의 가격을 1만2,000원으로 책정했지만, 택배비 4,000원만 더해 1만6,000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체국과의 거리는 16km, 왕복 32km의 거리를 오가야 했다. 또한 박스는 개당 1,200원짜리를 사용했다. 인터넷쇼핑몰 홍보비도 내야 했다. 이를 모두 제하니 시래기 1kg을 팔면 6,840원의 수익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순수익은 아니다. 농사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자재비와 수확기 인건비 등의 생산원가가 수익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예상하면 실제수익은 1,500kg×3,420원이 되는 것이다. 500만원 정도다. 이씨는 “한여름인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발버둥쳐 500만원을 벌었고, 이를 한 달 수익으로 환산하면 73만원 정도”라고 했다. 택배가 문제라고 여겨질 법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배송사고가 잦은 것도 문제다. 전남 무안에서 친환경축산을 하는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장은 “하루씩 늦춰지는 건 농촌에서 기본이다. 도시에선 당일도착 얘기도 하는데 시골에선 택배업자가 멀다고 판단하면 배송을 며칠 만에 해주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일주일 뒤에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안의 경우 목포 등 도시에 인접한 지역이지만 산골지역과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또한 물건을 보내는데 거리가 멀거나 동선이 안 맞으면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2~3년 사이엔 택배사가 면소재지에 집하장을 만들어 접수하고 있지만 농민들이 직접 가져가도 요금은 똑같다는 게 정 소장의 설명이다.

어렵사리 농산물을 수확해도 팔 곳이 없어 걱정인 농민들. 그나마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해 직거래를 해왔지만 택배를 보내려 해도 한숨부터 나오는 현실이다. 정부는 6차산업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직거래를 유통개선 대책의 핵심으로 짚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농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정부든, 지자체든, 농협이든 그 어디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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