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지는 생협 생산자와 소비자

‘생협 3주체’ 생산자-소비자-실무자 간 소통 절실

  • 입력 2017.12.10 12:10
  • 수정 2017.12.10 12: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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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2017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심포지엄 ‘생협 생산자·소비자 관계, 괜찮나?’가 열렸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다’, 이 기치 하에 한국의 생활협동조합들은 성장해 왔다. 그러나 생협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쌍방 간 관계는 점점 옅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며, 생산자 - 소비자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6일 서울시 남산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사)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소장 이재욱, 농어연) 주최로 열린 ‘생협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 괜찮나?’ 심포지엄은 생산자-소비자 관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발제자인 이근행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농업살림연구팀장은, 서로를 배려하며 연대를 추구하던 생산자-소비자 관계가, 대도시에서도 생협이 형성되고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생협과 계약했던 전국 각지의 생산자들과 몇 차례 간담회를 가졌는데, 사업이 확장되며 생산자의 위상이 오히려 떨어졌고, 사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업 주도권이 실무단위로 넘어가고, 지역의 생산자들을 줄 세워 선택하고 물량에 따라 가격 차등을 두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이 팀장은 이어 “성장을 위한 효율과 경쟁은 생협의 물류별 계열화로 이어졌고, 생산자들을 계열별로 분화시켰다”며 “생협의 주체들인 생산자, 소비자, 실무자는 친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구성하고 유지해왔는데, 대중화하면서 그 관계의 긴밀함이 느슨해지고 밀도도 옅어졌다. 새 구성원들에게 생협의 첫마음을 새기기엔 너무 많은 숫자가 너무 빨리 유입됐다”고 말했다.

김용래 두레생협 생산자회 부회장은 “생협 내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 3주체 간 동등한 입장으로 의사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은 생협 연합조직이 위에 있으며 명령 하달하는 식에 가깝다.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친환경농업의 근본가치가 ‘생태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 추진’임에도 정부와 언론은 친환경농업에 과도하게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프레임을 씌웠는데, 생협도 거기에 넘어갔단 지적도 있었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작가는 “지난 8월 국민일보에서 경북 영천 산란계 농가의 ‘DDT 검출 달걀’ 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 내가 조합원으로 있는 생협에서 ‘문제의 달걀은 우리 생협 것이 아니며 우리 생협의 계란은 안심해도 된다’는 SMS를 보내왔다. 해당 생협의 오랜 조합원임에도 참담했다. 생협이라면 이 사태가 특정 조직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움을 표명하는 게 생협 정신에 맞는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작가는 이 사례를 지적하며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보듯, 결국 생협들은 각자 대응에 매달렸을 뿐 공동의 고민과 대응책을 내놓진 못했다. 언론에 휘둘리며 생협 내 여론 형성엔 소홀했다”고 말했다.

전민철 전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청년위원장은 “생협부터가 ‘안전’ 프레임을 내려놔야 한다”며 “농민들은 언제 자기 토양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생협 조합원들은 안전성 검사 활동에 매달리느라 다른 조직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영천 DDT 검출 건의 경우도 법적으로 허용된 것보다 훨씬 과도한 기준으로 해당 산란계 농가를 검사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과오는 생산자들에게 몰렸다. 이러한 일이 더는 없도록 생협 차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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