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알아야 도시가 산다

시대는 통합 먹거리정책

  • 입력 2017.12.08 16:16
  • 수정 2017.12.08 16: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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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찹쌀밥, 쇠고기미역국, 잡채, 청포묵무침, 배추김치. 완주로컬푸드와 한살림에서 들여온 친환경 식재료로 요리한 점심 급식을 받은 아이들의 웃음꽃이 식탁 위로 번진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공공급식은 도농상생 먹거리정책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다. 지난 6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구립한마을어린이집 풀잎향기반 어린이들이 점심식사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07~2008년 국제 식량위기를 계기로 세계 먹거리정책엔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먹거리의 ‘소비’에서 벗어나 ‘생산’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내 먹거리가 사회·경제·건강·환경·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먹거리정책은 어쩌면 터무니없이 단편적인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생산은 생산대로, 소비는 소비대로 나름의 정책이 꾸려져 왔지만 양쪽이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고, 그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적·정서적 가치들이 방치돼버렸다.

정책은 바뀌기 시작했다. 영국·프랑스와 유럽연합, 북미와 브라질 등 유수의 선진국들은 2010년을 전후해 국가 또는 도시 단위의 진보적인 먹거리정책을 선보였다. 서로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먹거리 생산·공급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이를 통한 사회문제의 해결이 공통된 기조다.

이같은 흐름은 2015 밀라노 엑스포에서 ‘밀라노 도시 먹거리정책 협약’으로 의제화됐다. 우리나라의 서울·대구·여수·완주 등 4개 도시를 비롯해 전 세계 140여개 도시가 협약에 참여, 통합적인 개념의 먹거리정책을 결의했다. 바야흐로 통합 먹거리정책의 시대다.

통합 먹거리정책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농업의 가치 재조명에 있다. 도시민 개개인의 삶과 다양한 사회문제에 농업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정책은 출발한다. 자연히 농업의 지속가능성, 농가소득 안정, 농촌 활성화에 대한 고민에 도시가 뛰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농업의 환경과 대우가 열악한 나라일수록 의미는 더욱 커진다.

도시가 손을 내밀면 농촌이 호응하고, 그렇게 도농상생 모델이 만들어진다. 공공급식은 도농상생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다. 적어도 공공의 관리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선 깨끗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이것이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먹거리 빈부격차 해소와 생태·환경보전 등 부수적인 효과도 뒤따른다. 종류에 따라서는 전 국민에게까지 반사이익이 미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서울이 통합 먹거리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은 가장 정책파급력이 큰 지자체며 전국 지자체들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서울은 올해 먹거리 마스터플랜 발표에 이어 전국 최초로 먹거리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벌써 상당한 수준의 공공급식 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다.

서울에 이어 몇몇 지자체들이 통합 먹거리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좀더 거시적인 관점의 국가푸드플랜을 고민하는 중이다. 비록 그 모두가 순탄치는 않지만 하나하나가 의미있는 시도들이다. 농업을 향한 관심, 도농상생을 향한 의지를 보다 폭넓게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 농업과 우리 사회는 두 배 세 배로 탄탄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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