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회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 진실은?

검찰, 대표 직함 달고 사전선거운동 … 조직적 불법 선거운동 기획 수사
황금열쇠 등 축하선물 받아 … 보은인사 정황 곳곳서 드러나

  • 입력 2017.12.08 15:42
  • 수정 2017.12.11 08:27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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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위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중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오는 22일 있을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김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지난 2016년 1월 1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차기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후보가 조합장들에게 두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위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아온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오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될 수 있어서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지난해 1월 12일 치러졌다. 이틀 뒤인 14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검찰 수사에 이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1년 6개월 가까이 재판이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김 회장을 포함한 12명의 피고인 신문과 지역농협 조합장 등 100여명 가까운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불법적 선거운동 정황과 황금열쇠 등 부적절한 축하 선물, 보은인사 의심 정황 등이 드러났다.

△농협양곡 대표이사 직함 달고 선거운동? = 검찰은 농협양곡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 김 회장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2015년 12월 30일부터 이듬해 1월 11일까지다.

김 회장은 농협양곡 대표이사 시절부터 공식선거운동 기간까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조합장 291명 중 타후보 지지자 5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을 만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출마 사실을 알리고 지지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에서 충남의 한 대의원조합장은 “김 회장이 지역 대의원조합장 명단 쪽지를 들고 와 성향을 묻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대의원조합장들을 만났으나 농협양곡 대표이사로서 양곡문제나 지역 현안을 확인했을 뿐 지지를 부탁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재판과정에선 이른바 선거브로커로 추정되는 이진태씨도 등장한다. 검찰은 전직 경찰인 이씨가 대의원조합장 13명을 만났고 이와 관련된 소식을 김 회장에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이씨를 지난 2013년 자신의 모친상에서 처음 만났고, 2015년 11월 열린 이씨의 딸 결혼식에 화환과 축의금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재판에서 “이씨가 험담을 하고 다닐까봐 연락을 주고받은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농협 강릉시지부장을 역임한 김철래씨가 강원지역 대의원조합장들로부터 회장 후보 추천인 명부 작성에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의하면 김씨는 (주)부강 대표로 지역농축협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전기저감장치 설치 영업을 해왔다. 김씨는 “법을 모르고 마음만 앞서 한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초동팀’, 선거캠프 아니라 힐링캠프? = 재판에서 김 회장은 김위상 현 농협대 총장(올해 1월 2일 취임)과 2015년 11월말부터 인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선거운동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인사동팀이다. 김 회장은 김 총장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소위 인사동팀 외엔 공식적 선거캠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원석희 현 무궁화신탁 영업전략부문 사장(2016년 11월 취임, 전 농협은행 서초동지점장)과 마재량 전 농협유통 부장, 이용식씨 등이 서초동에 사무실을 얻어 이른바 ‘서초동팀’을 운영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초동팀에서 ‘김병원 정보주기 모임방’이라는 이름의 단체카톡방을 만들고 이를 통해 김 회장과 공모 아래 김 회장 명의의 신문기고를 섭외하고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온 기사 등의 링크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5회에 걸쳐 발송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한 카톡방을 만들고 서초동팀 사무실 운영비 200만원을 각 100만원씩 마 전 부장과 이씨에게 건넨 원 사장이 서초동팀에서 나온 의견을 최종적으로 결재하고 김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사장은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고, 김 회장도 재판에서 서초동팀원 중에서 유일하게 원 사장과 동향으로 친분이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원 사장을 영입한 무궁화신탁은 지난 2009년 설립한 회사로 신탁업·부동산컨설팅·자산관리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올해 7월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부동산담보신탁 활성화 및 금융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무궁화신탁과 업무협약식(MOU)을 맺은 바 있다.

재판에선 농협대 출신 농협 직원 퇴직자가 주축이 된 친목모임 ‘서초포럼’도 등장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20~30명으로 구성한 서초포럼이 서초동팀의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팀 사무실을 알아봐 준 김환종 법무법인 화평 고문이 서초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고 원 사장이 사무총장이다.

검찰은 이광록 현 남해화학 사장(올해 2월 9일 취임, 전 농협 양곡부장)이 전남 지역에서 서울로 상경하면 프리마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선거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봤다. 일명 ‘프리마모임’이다. 검찰에 의하면 이씨 등은 이 사장으로부터 밀린 점심값 2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검찰에 의하면 원 사장은 원철희 전 농협중앙회장의 원주원씨종친회 사무총장을 맡아왔으며 선거를 앞두고 함께 선거판세를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서초동팀 등 관련자들의 활동을 사전에 다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김 회장의 변호인도 “농협 관계자들의 자발적 선거운동”이며 “서초동팀의 경우도 선거캠프가 아니라 아픈 사람들이 모여 건강 정보를 나누는 등 사랑방 역할을 한 힐링캠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심쩍은 신문사 기고 섭외 과정, 대필도 불사? = 검찰은 채희대 전 NH농협생명 사장이 서울신문에 나갈 김 회장의 기고를 섭외해 보도가 나갔고, 본인이 대표로 있는 삼진커뮤니케이션 직원을 통해 신문 300부를 구입, 대의원조합장에 발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원 사장은 동아일보 관계자를 통해 기고를 섭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고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선 김 회장이 골격을 잡으면 권갑하 현 도농협동연수원장(올해 8월 취임, 전 농민신문 논설실장)이 살을 붙였다는 게 김 회장측 입장이다. 김 회장은 “농협 고위 관료들이 농민신문에 근무하던 권 원장을 통해 연설문이나 기고문 첨삭을 한 바 있다”고 진술했고, 원 사장도 “농협대 동기생으로 글을 잘 쓰고 농협 관련 서적 편집을 잘하기 때문에 저뿐만이 아니라 농협 동인들이 권 원장의 손을 빌렸다”고 진술했다.

문자메시지로 기고문을 발송하는 과정에선 이씨가 농협에 근무하는 사위를 통해 전국 지역농축협 전·상무 명단을 받아 마 전 부장에 건넸고, 마 전 부장은 아들을 통해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회장이 후보적합도 1위로 나온 여론조사에 김택수 국제뉴스 회장이 개입했고, 김 회장은 대의원조합장의 지지성향이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김 회장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에 의하면 권 원장은 김 회장 당선 이후 인수인계팀을 꾸리면서 비서실장을 맡았고, 원 사장도 업무지원실장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당시 “원 사장이 비서실장을 원했으나 동향이라는 지적이 있어 경북 출신인 권 원장이 맡게 됐다”고 진술했다.

△김병원 회장·최덕규 전 조합장 사전 연대 의혹 = 선거일이던 지난해 1월 12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1차투표에서 낙선한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은 김 회장과 두 손을 맞잡아 올린 채 투표장을 돌았다.

또한 최 전 조합장은 1차 투표 탈락직후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 후배들에 대한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농협의 미래를 위해서 김 회장이 당선되는 게 나을 것 같다. 도와줄 것이 있으면 도와주라”고 말했다. 이후 다른 관계자는 107명의 대의원조합장에게 최 전 조합장의 명의로 “김 회장을 지지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검찰은 김 회장과 최 전 조합장 양자간의 연대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 전 조합장은 “공황상태였다. 문자발송을 지시한 적 없다”고 진술했고, 김 회장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사전 연대는 없다”라고 진술했다.

△황금열쇠와 현금 등 축하 선물 = 재판과정에선 대의원조합장인 김준석 온양농협 조합장이 충남의 대의원조합장들에게 10만원씩 350만원을 걷어 황금열쇠를 구입해 김 회장의 취임식 날인 3월 14일 회장실에서 증정했다고 진술했다. 김 조합장은 또한 사비가 아닌 농협운영비로 이를 지출했다. 김 조합장은 재판에서 검찰이 황금열쇠를 전달한 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으로 지정된 이유를 묻자 업무능력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회장 또한 김 조합장이 따로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2015년 12월 6일 치러진 김 조합장의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 1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선거 1차투표에서 4위로 떨어진 박준식 관악농협 조합장과 조성필 전 관악농협 상임이사(올해 2월 퇴직)가 김 회장에 축하금으로 각각 300만원과 1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 재판에서 조 전 상임이사에 “결선투표 과정에서 증인과 박 조합장이 김 회장 당선을 위해 노력한 걸 확실히 강조하고 김 회장으로부터 추후 특별한 혜택을 기대하고 송금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조 전 상임이사는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끝까지 도와줬어야 했는데 박 조합장 출마로 도와드리지 못한 점, 그런 마음이었다”라고 진술했다. 조 전 상임이사는 2011년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을 도운 바 있다.

한편, 김 회장 당선 이후 박 조합장은 농협 경제지주 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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