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FTA 폐기 시나리오 의도적 ‘패싱’

폐기 시나리오 분석 결과 못본체 … 요식행위 공청회 비판

  • 입력 2017.12.08 14:54
  • 수정 2017.12.08 14:5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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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1차 공청회 파행 이후 열렸던 농축산업계 간담회 당시 농업계의 빗발치는 폐기 검토 요청을 들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난 지난 1일 공청회는 국회보고를 위해 절차 상 어쩔 수 없이 마련한 자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정부-농업계 간담회에서 농업계는 “농업 사수와 FTA는 함께 갈 수 없다”며 한-미 FTA의 폐기를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정부 측에서는 “폐기를 옵션으로 검토한다”는 발언까지 등장했지만, 결국 2차 공청회에서도 폐기와 관련된 새로운 주제 발표나 산자부 측의 검토 결과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 역할은 학계에서 대신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보다 강화된 분석이 등장해 폐기를 주장하는 농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우리가 너무 많이 이득을 봤기 때문에 양보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작년 우리 흑자 비중 대부분은 자동차인데 자동차가 관세가 철폐된 건 작년이며, 자동차 관세철폐 이후로 오히려 흑자가 줄었으니 (제조업에서도) FTA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농업대로 피해가 크고 제조업도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할 바에는 현재의 협상을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사실 ‘폐기 시나리오’로 흐를 경우의 분석 결과는 이미 간략하게나마 존재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폐기’를 입에 올린 지 이틀만인 지난 9월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산업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한-미 FTA 종료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폐기 시 미국이 7억7,000만 달러의 관세절감 혜택을 보고 있는(한국은 2,000만 달러) 농축산업은 물론 제조업 부문에서도 미국 측 수출 감소폭이 더 커, 공산품 역시 연간 대미무역수지에서 흑자가 약 2억 6,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를 담당한 KEIP 연구원이 지난달 10일 1차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으나 폐기 시나리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 그리고 간담회에서 확인된 무수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2차 공청회에서도 폐기 시나리오를 감춘 점은 산자부가 KEIP와 함께 폐기에 대한 추가 검토 및 홍보를 의도적으로 ‘패싱’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청중 발언에서 “통상본부 역시 폐기도 옵션에 있다고 했다면, 그 효과를 이미 계산하고 국민에게 내놨어야한다”며 “폐기가 우리 경제에 좋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정부에 알리고 치킨게임을 하는 게 우리가 써야 할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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