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화가 필요해

  • 입력 2017.12.08 13:46
  • 수정 2017.12.08 13:5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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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얽힌 기대감과 불안감 속에 미허가축사 행정처분 유예기간은 오늘로 하루 더 줄었다.

그간 축산은 인식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미허가축사 양성화가 왜 필요한지, 축산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책임감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스스로를 고취시켰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분뇨 무단폐기와 그로 인한 악취, 토양오염 등 축산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든 축산농가가 지역의 땅과 물을 더럽히는 환경오염의 범인은 아니지만 이런 사건은 함께 사는 이웃의 삶의 질을 일방적으로 하락시킨다는 점에서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또 대부분 제대로 된 사과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축산 전체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져왔다.

귀농을 해 친환경축산법으로 돼지를 키우는 한 농가는 축사에 냄새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보려고 마을 잔치에 돼지를 내고, 축사도 직접 보여줬지만 마을은 그를 품어주지 않았고 결국 그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축산농가는 경종농가보다는 소득이 비교적 안정된 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우수한 소득을 자랑하기도 한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축산농가가 마을 경종농가와 심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종농가 입장에서는 냄새가 나고 가축질병으로 마을이 뒤숭숭해져도 이웃이라 참아왔지만 고마운 마음이나 마을에 대한 책임감은커녕 돈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그 ‘축산업자’를 보니 축산이라는 게 곱게 보일 리 없었던 것이다.

미허가축사 적법화가 이런 갈등을 해소시켜주거나 환경오염에 무책임한 축산농가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법화 이후에도 축산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여지는 아직 많다.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려면 경종농가와 축산농가가 감정의 골부터 없애야 한다. 미래의 농업·농촌 나아가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 간 대화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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