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농촌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 입력 2017.12.08 13:41
  • 수정 2017.12.08 13:43
  • 기자명 이춘선 전여농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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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사업에 서면심의를 한 적이 있었다. 서면심의를 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솔직히 이 사업에는 동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도 인정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다. 이 정책은 인구증가라는 미명하에 농촌지역 지자체에서는 거의 모든 시·군에서 시행되고 현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이다.

일명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 처음에는 농촌총각 결혼 지원사업이었던 것이 언제부턴가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농업이 쇠퇴하고 급속한 고령화와 이농으로 농촌사회는 기하급수적으로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혼 남성 국제결혼 지원제도’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농촌에 거주하는 만35세 이상 미혼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할 경우 결혼과 관련한 비용을 1인당 300만~6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농촌지역에서는 이제까지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정책사업이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심의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심의를 하고 난 이후부터는 마음 한구석이 계속 체한 듯 불편했다.

아마도 중앙정부나 도시에서 이 사업이 있었다면 분명히 많은 논란거리로 당장 폐지됐을 정책이지만 농촌지역에서는 버젓이 인구증가 시책이라는 미명하에 공식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외국여성을 사오는 일에 일조를 하는 것이다.

2009년 농촌지역에서 이주여성과의 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제결혼 문제가 심각한 농촌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많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과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에 시달려 어린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는 일이 늘었으며, 나이차도 20살 이상 나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기야 2010년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결혼이 인신매매 통로로 이용된다’며 오직 한국인만 대상으로 국제결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캄보디아는 만 50세 이상 한국남성 제외, 월 소득 최소 300만원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국제결혼 금지령을 해제해주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나라 여성이 농촌총각과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외국여자라도 데리고 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지원금은 대부분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외국에 가서 여성을 데리고 오는 일에 쓰이고 있다. 차라리 농촌지역에서 정착을 잘 할 수 있게 정착지원금으로 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분명하게 잘못된 정책이라면 시대에 맞게 정책의 방향과 틀을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몇 가구 살지 않는 곳에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온 지자체가 농가소득을 증대한다는 미명아래 이 마을 저 마을 모두 기업으로 유도해 온갖 비슷한 농산물 가공품을 만들어 내는 마을기업 방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농촌지역에 균형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예산을 투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농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농민수당, 다양한 공익적 농업직불금 제도 등으로 농민에게 직접 돌려주면 어떨까? 자연을 활용하고 마을의 고유한 전통적인 특색과 농업가치를 살린 멋스러움으로 자연스럽게 마을을 보존하고 대대손손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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