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예약제, 무엇이 문제인가

한우협회 출하예약 물량 20% 배정 요구에 농협 ‘난색’
“장기적으로 농민 피해 우려” … ‘없어도 무방’ 의견도

  • 입력 2017.12.08 13:38
  • 수정 2017.12.08 21:1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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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출하예약제를 두고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 김태환, 농협)와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 한우협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개선에 대해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 농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출하예약제는 지난 2011년 8월 1일 농협 음성축산물 공판장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시행 후에는 도축 전 생축의 차상대기를 줄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차상대기 시간의 단축은 근출혈 발생률 하락, 운송비 절감, 소의 체중 감소 방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농가의 소득보전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게 농협과 농가의 평가다.

그러나 일부 농가 사이에서는 출하예약 배정물량이 축협과 한우조합 등의 계통출하에 집중돼 일반 농가의 출하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또 긴급도축이나 출하예약 경쟁으로 적기 출하가 어려우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한우협회는 “한우가격이 하락하면 농협 공판장이 예약 출하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농협 이외에 한우협회나 이력제 대행단체에 예약물량을 배정해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요에 맞춰 가격안정을 위한 탄력적 예약제의 필요성을 언급해왔으며, 현재도 가격지지를 위해 농협의 출하예약 물량의 20%를 한우협회에 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 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협회가 가진 20%의 물량을 출하하지 않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에 농협 관계자는 “한우협회의 주장은 결국 스스로 출하량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는 하지만 가격조정을 위해 편법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격조정을 위해 공판장이 출하물량을 받지 않는 것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상 금지돼 있다. 시장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우협회가 제기한 문제는 한우가격은 자꾸 떨어지는데 공판장이 출하물량을 계속 받으니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하예약 배정물량을 받지 않더라도 한우협회가 출하량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며 “공판장이 출하물량을 받지 않는 것은 위법이지만, 공판장에 누가 출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하예약 물량을 농협 외 조직이 분배받게 된다고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까.

한 지역축협 조합장은 “출하예약제는 중도매인만 살리는 제도다. 예약을 하고 출하를 하니 중도매인들이 구매물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농가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도매상들에게 있는 꼴”이라며 “한우협회도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지만 지금에 와서 출하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상태의 출하예약제는 없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당장 소 값이 떨어졌을 때 출하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게 농민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조정이 장기화되면 생산량에 비해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오히려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출하물량이 많을 때는 20%의 물량으로 가격조정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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