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농활] 같은 동네, 같은 하늘이건만

  • 입력 2017.12.03 13:20
  • 수정 2017.12.03 13: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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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언제 한 번 놀러온다더니 왜 이렇게 안 와? 많이 바빠?”

정확히 1년 전 취재 차 방문 뒤 1년 만에 다시 한재형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 댁을 방문했다. 한 부회장 댁은 기자와 같은 남양주시에 있다. 한 부회장은 작년 커버스토리 취재 뒤 기자에게 “집도 가깝고 하니 종종 우리 농장 놀러오시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한 번도 못 갔다. 한 부회장은 친환경농업 관련 일정 때 인사드릴 때마다 맨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럴 때마다 “찾아뵙고 싶은데 어째 항상 바쁘네요”라며 죄송스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기자농활 명목으로 1년 만에 한 회장 댁을 방문했다.

모처럼 방문했지만, 사실 일은 많이 못 도와드렸다. 아니, 기자가 방문했던 날은 다른 날보다 도울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게 한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시금치를 상자에 담고, 그 상자를 옮겨 트럭에 싣는 일이 거의 전부였다. 한 부회장은 유기농법으로 시금치와 오이 등을 재배해, 경기도 학교급식용 식재료로 납품한다.

하우스에선 미얀마 출신 청년이 시금치를 능숙하게 낫으로 베어 내고 있었다. 그가 벤 시금치를 상자에 담고 끈으로 묶었는데, 충분히 더 담을 수 있음에도 너무 적게 담았기에 미얀마 청년이 상자 끈을 다시 풀고 한 움큼의 시금치를 더 담았다. 괜히 일 도와준답시고 와서 그 청년만 더 번거롭게 해서 미안했다.

시금치가 담긴 상자들을 끈으로 묶고 이륜 수레에 한가득 올렸다. 한 부회장이 끌려는데, 굳이 “제가 끌고 갈게요”라 자청했다. 한 부회장은 “그거 쉽지 않을 텐데… 쏟으면 안 된다”며 웃었다. 수레 손잡이를 잡고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는데, 조금만 방심하거나 균형을 잃어도 수레가 쓰러져 시금치 상자를 엎는 참사가 날 듯 싶었다. 초긴장 상태로 최대한 수레 손잡이를 꽉 붙잡은 채 비닐하우스 밖 차량 앞까지 갔다. 한 부회장이 “잘하네”라며 칭찬했다.

트럭에 시금치 상자를 채우고 한 부회장과 함께 10여분 거리의 농장 창고로 갔다. 그곳에 작물 상자를 옮겨 놓으면 경기도 학교급식 유통·공급업체인 (주)신선미세상 측의 운송차량이 와서 실어가는 식이다. 매일 작물을 베어내 수십 개의 상자에 담고, 트럭에 실어 운송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한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창고에서 짐을 내린 뒤 비닐로 시금치 상자들을 감쌌다. 그 시금치는 경기도 어딘가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 급식판에 오를 것이다.

한 부회장은 정말 바빴다. 지난달 22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주최하고 우리 신문이 후원했던 친환경인증제 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를 봤고, 그 친환경인증제 문제 때문에 요 근래 있던 여러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그 다음날 경기친농연이 수원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촉구 기자회견장에서도 또 그를 만났다.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본인의 농사일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더 죄송했다. 매번 뵐 때마다 “나중에 꼭 한 번 찾아뵐게요”라 해놓고 1년 만에야 온 것도 그랬고, 일 많이 못 도와드린 것도 죄송했다. 심지어 같은 남양주 하늘을 이고 삶에도. 다음엔 기자농활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일 좀 도와드리러 가야겠단 결심을 다시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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