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개념 전환 없으면 유기농도 없다(2)

  • 입력 2017.12.03 13:13
  • 수정 2017.12.03 13:17
  • 기자명 강선일·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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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인증제도의 개선, 더 나아가 친환경농업 정책 전반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도 이대로는 한국 친환경농업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다시금 모여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농업의 미래, 친환경농업 혁신의 길을 찾아서’ 토론회는 단순히 친환경인증제도 개선방안 논의단계를 넘어, 친환경농업 자체에 대한 철학의 재고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농민단체, 학계, 생협, 인증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 모두 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공유하고 있었다. ‘유기농’에 대한 개념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유기농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정리 강선일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토론1] 이상혁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

“의견 수렴하며 연말 법령개정 실무작업 들어가겠다”

오늘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들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농식품부도 친환경 인증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인증제도 개편방안이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선량한 친환경농민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게 김영록 장관 이하 실무진들의 입장이다. 다만 문제를 일으키는 데 대해선 이전보다 엄하고 강하게 처벌해야 하지 않냐는 입장에서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

비의도적 농약 혼입으로 인증농가가 인증을 취소하는 사례도 구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 또한 현재 농식품부에서 계속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사 결과에 대해 신뢰 못 하는 부분을 재검사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있는데, 안내가 잘 안 된 측면이 있었다.

조완형 전무님이 언급한 자주인증제도(PGS)의 경우,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아직 여건이 성숙되려면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할 과제라 본다.

한편으로 유병덕 소장님은 과정 중심의 인증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실질적으로 이것도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에 큰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프로세스 인증에 가깝게 가도록 일정 부분 보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래서 지금 제안한 부분에 대해 올해 연말부터 법령개정 실무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 전문가들과 여기 계신 농민단체 분들과 깊이 논의해 방향을 잡아가도록 하겠다.

 

[토론2]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업 목적을 생산성 향상에서 환경보전 중시로 전환해야”

우선 정책적 반성이 필요하다. 그 동안 정부는 친환경농산물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 하는 관점으로만 정책을 추진했다. 농민들은 거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관점으로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없다. 외국에선 환경보전 가치 등을 농업의 중심가치로 따진다. 단순히 친환경농업 뿐 아니라 농업 자체에 대한 정책방향이 그렇다. 그런고로 친환경농업의 인증제 혁신과 새로운 가치 정립을 위해선, 관행농업에 대한 농업정책이 단지 농산물 생산성 향상, 농가소득 증대를 농정 목적으로 설정하는 데서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 동안 사용해 온 토양의 물질균형 관리 기술은,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생태계 보전에 적합하지 않은 기술임을 인정해야 한단 의미이다. 향후 후진양성 과정에서 농업과 생태계 및 환경자원 보전과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기술체계를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인증된 자재의 사용 여부만으로 친환경농업을 꾸려나가는 상황도 바꿔야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조완형 한살림 전무이사 주장대로 자주인증제도의 활용이 필요하다. 즉, 농민들이 농산물의 안전성 뿐 아니라 생물자원의 보전과 지역순환, 국민과의 소통을 고려하는 농업생산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기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기본 여건의 조성과 관련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농업생산방식을 전환하면 농지와 농촌지역, 하천의 생태계 복원과 보전이 가능하단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토론3]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과정 중시 인증 시 소비자 참여도 고려해야”

친환경인증제도의 개선에 있어 ‘친환경’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 주제발표에서 그 동안 ‘친환경’의 가치가 훼손된 채 산업 위주 측면에서 친환경농업이 성장해 왔다는 데 공감한다.

본질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친환경 인증제의 문제에 있어 결과 뿐 아니라 과정, 본질에 맞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다만 생산과정을 평가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확인한다는 건 쉽진 않은 일이다. 그 과정에 있어 소비자의 참여 방법도 실효성 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이 적절히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인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그 평가가 적절히 이뤄지기 위한 방법으로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인증과 자주인증 중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소비자들은 농산물 인증에 있어 국가인증에 매우 익숙한 상황인 게 사실이다. 자주인증과 관련해, 농민과 소비자가 교류하는 활동을 많이 늘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비자의 기본 입장은 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게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농업적 측면에서의 가치 판단은 농민들이 선도해서 소비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토론4] 김범석 (사)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장

“무항생제 축산, 없애지 말고 보완하자”

친환경인증제도 개선에 있어, 인증제도의 강화엔 동의하나 안전성 검사 부분이 비의도성을 판단하기엔 분석기준이 매우 정밀하다. 무농약 이상의 인증단계인 농가니 농약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이분법적이다. 안전성 검사 실시에 있어 검사기기의 분석결과를 모두 표시하기보단, 항목별 허용기준에 따른 적정한 분석결과를 표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친환경농가는 기본적으로 인증신청 시와 생산과정 조사 뿐 아니라,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품목별 분석결과를 위해 분석비를 부담하는 상황이다. 이는 온전히 소비자의 구매비용을 증가시키며 자원낭비이다. 분석결과에 대한 체계적 관리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유통업자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을 정부에 제안한다.

한편으로 최근 농식품부에서 무항생제 인증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행 무항생제 인증제도는 친환경법 상에 유지돼야 한다. 무항생제 인증제를 폐지할 시, 규제치 이내에서 축산농가가 농약성분이 함유된 동물용의약외품 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다. 이와 함께, 해당 제도 폐지 시 친환경 축산의 근본 취지인 경축순환농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무항생제 인증제를 폐지하고 그 대안으로 활용하려는 민간자율 인증제 추진은, 소비자 신뢰성 문제 등으로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에 동물복지인증과 관련된 항목을 연차적으로 추가 반영해야 하며, 축종별 인증비율을 실링제로 정해, 인증기준에 대한 단계별 로드맵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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