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열업체에 휘둘려 AI 방역 놓치나

  • 입력 2017.12.03 12:07
  • 수정 2017.12.03 12:0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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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1월에 다시 가금농가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는 지난해 발생때처럼 대확산으로 번지지 않았으나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는 지난 1년간 고병원성 AI 방역체계를 강화하며 방비에 나섰다. 농식품부에 방역정책국을 신설해 축산진흥업무와 방역업무를 분리했고 오리농가 겨울철 휴지기란 특단의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군의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되며 그간의 노력이 퇴색된 감이 없지 않다. 휴지기에 참여한 오리농가는 전국 89개 농가, 철새들이 많이 찾는 서해안벨트의 전북지역은 6농가에 그쳤다. ‘요행을 바랐던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부가 논란 끝에 방역정책국을 신설한 이유는 명확하다. 진흥업무와 방역업무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정책당사자인 농가와 계열업체 중 농가는 배제하고 계열업체만 회의에 불러 오리농가 휴지기를 검토했다. 계열업체는 진흥의 문제인 수급을 이유로 들어 참여 폭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89개 농가만 참여하는 애매한 상황을 초래했다.

한 오리농가 대표는 “계열업체가 단독 드리블하며 농가는 소외된 게 문제다”라며 “정책 집행 전, 농가와의 긴밀한 소통부터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육수수당 510원 지원에 대한 현장 오리농가의 의견에 농식품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농식품부의 정책을 톺아보면 계열업체를 통해 농가를 손쉽게 통제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와 계약한 계열업체가 살처분 보상만 지급받는다는 문제인식엔 수긍이 가나 ‘농가의 방역관리 책임이 계열업체에 있다’는 인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계열업체와 농가는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지 종속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허가축사 보유 농가는 계열업체와 계약을 맺지 못하는 방안도 논의되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이같은 정책이 계열업체에 의한 가금농가 구조조정을 부채질한다면 정부가 계열업체의 이윤추구에 휘둘려 농가를 내팽개친 최악의 살농정책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계열업체에 엮여 AI 방역이 흔들리고 농가는 정책논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자괴감이 밀려든다. AI 확산을 막지 못하면 대재앙을 초래한다는 걸 벌써 잊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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