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넘쳐 한해 농사 다 망쳤지만 보상은 ‘0’

농민들 “괴산댐 월류 수해는 명백한 인재”

  • 입력 2017.12.03 10:59
  • 수정 2017.12.03 11: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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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7월 괴산댐 수위조절 실패로 피해를 입은 괴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명백한 인재로 판단하고 있지만 댐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은 천재지변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주민들은 관리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를 찾아가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충북 괴산군에는 오후 3시까지 172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날 괴산댐은 월류 기준인 137m65cm에 겨우 5cm 모자란 137m60cm까지 차올랐다. 월류를 막기 위한 급격한 방류로 인해 댐의 상하류 농경지 240ha, 주택 64동, 이재민 143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일대 주민 5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세종시 산자부 앞에서 인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천면 강평리에서 농사짓는 김만춘씨는 “수해 이후 정부에서는 부채를 2년 간 유예한다더니 지금은 그런 말도 없어 빚 갚기가 다들 막막한 상황이다”라며 “산자부는 매뉴얼(지침)대로 물 관리를 했다고 하는데 월류 위기까지 수위를 올려놓는 게 매뉴얼인가”라고 되물었다.

괴산댐 수해피해대책위원회 정응태 위원장은 “국가배상법 제 5조에 의하면 도로·하천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는 국가나 지자체가 그 손해를 배상하게 돼 있다”며 “이에 우리는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이며 당장 피해를 본 농민들과 군민들의 생계를 책임져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요구사항으로 산자부 측에 △국민의 재산에 피해를 준 한수원에 즉각적인 피해보상을 명령 △이를 위한 재난원인 조사단 설치를 내걸었다.

천재로 인한 피해가 아닌 명백한 기록들이 이미 공개됐지만 한수원은 주민들과의 면담에서 “사법부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18일 청주에서 열린 통합물관리 순회토론회에서 맹승진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괴산댐은 집중강우 발생 이전 이미 제한수위(134m)를 초과했음에도 적절한 증가방류 없이 댐 수위를 지속적으로 상승해 운영했다”며 “댐 계획홍수위 초과 예상에도 사전예측 미흡 및 부적절한 조치로 급격한 방류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맹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괴산댐은 기상청 강우예보에도 하루 전인 15일 22시부터 제한 수위를 초과하고 있다가 16일 오전에야 방류량을 증가시켰다.

한편 이날 주민들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남무현 전 불정농협 조합장은 “이번 기회에 농작물 재해보상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며 “제대로 된 조사위원회 한 번 꾸리지 않고 천재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말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적폐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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