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최저시급’은 어디에

생산비 통계주체 이원화
통계신뢰도도 높지 않아
현실성 없는 정부 기준

  • 입력 2017.12.02 23:46
  • 수정 2017.12.02 23: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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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권이 교체된 이후 국민최저임금은 일정수준 현실화를 이뤘지만 농업 생산비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진척이 없다. 정부가 갖고 있는 기준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의 효용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품목별 생산비 조사는 논벼를 제외하면 통계표본이 다소 빈약한 실정이다. 품목에 따라선 오차범위가 매우 크게 나타나며, 표본이 주산지에 모여 있는 탓에 종묘·비료·농약비 등 세부 비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경향이 있다. 이는 농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생산비 조사업무는 논벼·마늘·양파·고추·콩 등 5개 품목이 통계청으로, 나머지는 농촌진흥청으로 이원화돼 있는데, 농진청 통계의 경우 신뢰도가 더욱 낮아진다. 여러 품목을 뭉뚱그려 떠맡았지만 인력과 예산이 충분치 않아 스스로도 통계 정확도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농진청 통계는 생산비가 아닌 경영비기 때문에 농가의 자가노동비가 제외돼 있다.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요 채소류의 최저예시가격을 설정한다. 이는 계약재배의 하한가격이기도 하며 정부가 인정하는 ‘품목별 공식 생산비’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이 최저예시가격은 마땅히 대체할 통계가 없는 탓에 농진청이 조사한 ‘경영비(자가노동비 제외)’와 통계청이 조사한 ‘직접생산비(토지·자본용역비 제외)’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통계의 신뢰도 자체가 낮은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최저예시가격에 어떤 품목은 자가노동비가 빠지고, 어떤 품목은 토지·자본용역비가 빠지는 등 어처구니없는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단연 통계업무의 일원화가 급선무다. 품목별로 생산비를 산정하는 기준과 방법 자체가 다른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둘째로는 통계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표본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데, 여기엔 전폭적인 인력·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 생산비 통계를 둘러싼 숱한 논란에도 이렇다 할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예산 문제에 있다. 결국 이 또한 정부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적정한 농가 자가노동비를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현재 노동비를 조사하는 품목들도 순수 전답 노동만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각종 구매·임대 결정과 거래행위, 장부기입 등 전답외 노동을 부정하고 있다. 이는 실제 노동하는 농민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생산비는 장기적으로 품목별 생산자조직이 나서 스스로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금씩 조정하고 맞춰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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