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 제주 월동무 하차거래 의무화로 월동무 출하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월 총각무 사태 때와 같은 극렬한 저항 분위기는 없지만, 향후 가격붕괴와 맞물려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기존 컨테이너 단위의 거래를 팰릿 하차거래로 전환하면 물류효율과 시장질서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물류·유통비용은 출하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락시장이 팰릿당 1만원으로 지원수준을 높였고 제주도에서도 총 2억7,600만원의 지원예산을 편성했지만, 한 출하자당 수천만원의 손실을 메우기엔 터무니없다는 계산이다.
출하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박스 대신 비닐포장+랩핑 형태의 출하 허용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에서 내려진 시점부터 냉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중도매인 선호도가 떨어지는 만큼 경락가가 필연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다. 박스출하를 하더라도 18kg당 1만원대의 가격만 보장되면 출하자들도 적정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산지와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비용에 대한 부담은 몇 배로 늘어나 출하자들을 옥죄게 된다.
지난달 26일 가락시장에 제주 월동무가 처음으로 팰릿출하됐다. 다행히 출하 초기 가격은 양호한 편으로, 육지무가 18kg당 7,000원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제주 월동무는 현재까지 1만~1만2,000원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당장 올해 월동무 출하는 큰 마찰 없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가을무와 월동무 재배면적이 각각 30% 이상씩이나 늘어 있는데다 가을무 출하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동무 본격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은 적잖은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동만 성산읍월동무생산자 산지유통협의회장은 “출하 초기에 1만5,000원 이상은 나와야 성출하기에 1만원이 유지되는데, 지금 1만원대 초반 가격이라고 결코 높은 게 아니다”라며 “결국엔 가락시장 방침에 따라 박스출하에 협조하게 될 수도 있지만, 중간에 가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