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 농식품부)는 지난 9월 ‘2017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내년도 공공비축미 제외 품종에 ‘새누리’와 ‘운광’을 추가했다.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 매입 시 다수확 품종에 매입 제한을 두는 것은 쌀 적정생산 유도와 정부양곡 품질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실시된 제도다. 농식품부는 단수(단위 면적당 생산량)와 단일품종 판매실적 등을 기준으로 이번 년도 제한 품종에 ‘황금누리’와 ‘호품’을 선정했다. 이어 농진청 품종 재배 단수를 기준으로 570kg/10a 이상인 △신동진 △대보 △운광 △새일미 △새누리 등 5개 품종 중 ‘새누리’와 ‘운광’을 내년도 매입 제한품종으로 추가했다.
이는 신동진이나 삼광 등 단일품종으로써 판매실적이 높은 경우 품종 선정에서 제외해 혼합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 품종을 우선 추진하고 종자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지역별로 선호하는 재배 품종을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새누리·운광 등을 주로 재배하는 지역에선 농식품부의 이러한 품종 선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새누리를 주 작목으로 하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의 경우, 농민 반발이 거셌다.
최영진 백령면 농업경영인연합회장에 따르면 간척지가 대부분인 백령도에 토착화된 거의 유일한 벼 품종이 새누리다. 최 회장은 “백령도 내 농가 대부분이 새누리를 재배하고 있고 기후나 토양, 지리적으로 백령도에 적합한 품종은 현재 새누리 밖에 없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이렇게 수매 품종을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험 재배 등을 통해 다른 품종의 적응성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한 뒤 제도를 실시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국립종자원이 공급한 정부보급종 중 2014년부터 이번 년도까지 지난 4년간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게 새누리다. 흰잎마름병과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고 숙색 및 밥맛이 양호한 덕에 농가 재배선호도가 높은 새누리의 금년 재배면적은 17만137ha에 달한다. 전국 쌀 재배면적이 75만4,713ha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22.5%가 새누리를 재배했다는 의미다.
전라북도 남원시 또한 농식품부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수매 제외 품종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종구 남원시농민회 정책실장은 “공공성을 띈 공공비축미의 매입 제외 품종 결정에 농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안 된 걸로 알고 있다”며 “농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나 협의 등 어떠한 과정도 거치지 않은 그저 행정 편의 위주의 결정과 발표였다”고 밝혔다. 또 “농민들에게 종자는 농사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재배 품종을 제한하는 차원의 농업 정책에 농민 의견 하나 반영을 안 한 것은 가장 큰 오류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농민 반발과 건의가 빗발치자 농식품부는 수매제한에 예외사항을 두기로 지난달 17일 결정했다. 매입 참여 시·군 숫자의 10%, 그러니까 시·도별 약 한 두 개 시·군에 한해 특별한 사유가 있을 시 매입제한 품종에 예외를 인정키로 한 것이다. 이에 △강원 2개 △경기 2개 △인천 1개 △충북 1개 △충남 2개 △전북 1개 △전남 2개 △경북 2개 △경남 2개 등 총 15개의 시·군에 예외가 허용될 전망이다.
예외 시·군은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 관련 전문가의 의견 등을 고려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 시 인정되는데, 종자 수급에 어려움이 있거나 지자체의 재배환경적 특성으로 매입 제한 품종 외 다른 품종의 재배가 불가능해 농민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농식품부는 15개의 시·군 개수만 확정했을 뿐 예외 시·군에 대한 판단 및 결정은 시·도 지자체의 몫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2019년도 공공비축미 매입 시 신동진, 새일미, 대보, 삼광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제한을 검토해 내년 4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또 국립종자원과의 협의를 통해 벼 보급종 공급계획과 매입 제한 품종을 연계 추진함으로써 효과를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