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17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2016년 농가인구 249만6,00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40.3%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농가수 대비 65세 이상 고령농가 비중은 이 보다 높아 2016년 106만8,000호 중 55.5% 절반을 넘어섰다. 한 마을에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들이 살고 있는 셈. 하지만 온기 없는 방에 여기저기 아픈 몸을 뉘이며 손수 끼니를 챙겨야 하는 농촌마을 노인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료·교통마저 여의치 않은 농촌노인들에게 어떤 정책이 시급히 도입돼야 하는지 지난달 27일 한국농정신문 회의실에서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와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과 좌담회를 열고 의견을 모았다. |
오미란 대표는 변화하는 농어촌 현황 속에 노인 삶의 실체를 진단하면서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24년에는 99만가구·로 전망되고 65세 노인인구 비중도 확대된다. 농가경영주의 노령화도 속도가 빨라지는데, 70세 이상 농가경영주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63.9% 증가했다. 이런 상황 속에 농가 양극화는 심화되고 다문화·귀농귀촌 등으로 다양하면서도 이질적인 문화가 혼재돼 과거의 농촌공동체는 약화됐다”고 말했다. 농촌노인들의 돌봄문화가 단절되는 이유기도 하다.
오 대표는 “지난해 농촌마을을 다니며 70세 이상 노인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웃집이 비어간다며 요양원에 가거나 자식들 집으로 떠나고 혹은 누가 죽었다는 말만 들려 슬프고 두렵다고 했다. 마을회관에 모여도 의욕이 없다”면서 “농촌노인들의 건강을 돌보고, 문화를 챙기고, 일상을 돕는 복지가 시급하다.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에 노인들만 남았는데 쓰러져도 도와줄 이가 없고 전구가 깨져도 갈아 끼워 줄 손이 없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오 대표는 농촌노인 정책의 방향에 대해 “지금까지 시설을 만들어주는 복지였다면 이제는 생활근접형 복지가 필요하다”면서 “도시 노인들은 병원순례라도 하지만 농촌노인들은 교통이 불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마을 주치의 제도나 지속적인 체력증진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 일자리 정책도 필요한데 고된 농삿일을 줄여주는 농작업 대행이나 농산물 수거 판매 등도 중요하다. 이 외에 돌봄이나 일상생활을 지원할 시스템 구축, 비상벨·배회감지기 등의 안전시설도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이 전여농 사무총장은 “도시와 달리 생활 자체가 불편해 100원택시 등은 반가운 제도다. 또 하나 짚자면 여성노인들 중 한글을 모르는 분이 태반이다. 문해학교가 더 확대된다면 여성노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타까운 것은 매주 면단위 보건지소에서 요일을 정해놓고 마을회관을 순회하면서 노인들의 건강을 챙겨왔는데, 의사협회 항의로 그마저도 맥이 끊겼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또 “마을회관을 보면 할머니 방에 탕비실이 있어서 문제가 있다. 남성노인들은 물 한 잔 마시기도 껄끄럽고, 여성노인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각각의 구역을 별도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농촌노인들은 화석이 된 것 같다. 농촌노인들 중 여성노인들은 어울리기라도 하는데 남성노인들은 외톨이다. 특히 과거에는 아버지가 혼자되시면 자식들이 모셔갔지만 요샌 안 모신다. 그러다보니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난관이다. 생활을 독립적으로 해 본 적이 없어서, 밭에 푸성귀가 썩어나도 뜯어먹을 줄 모르고 입을거리 챙기는 것도 서툴다”고 실태를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연세 드신 사람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지만 과연 농촌노인들까지 그 개념에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다. 농촌노인들은 방치돼 있고, 남자노인들은 더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농촌의 가사도우미, 말벗 등을 파견하는 제도가 있지만 성희롱 사건 등 여러 문제로 지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복지시스템 구축에 앞서 긴급한 대안은 ‘농촌마을 복지학교’ 개설이다”고 단언했다. 오 대표는 “행복하게 살 권리, 인권적 관점에서 복지사나 요양사를 대하는 자세, 성평등 교육, 복지정책 교육 등 능동적인 삶에 대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