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2차 공청회 ‘산자부 귀에 경 읽기’

빗발치는 농업계‧학계 폐기 요구에도 “일단 협상 나가겠다”
"농업계 패널 너무 많다" 좌장 발언에 파행 위기 겪기도

  • 입력 2017.12.01 16:40
  • 수정 2017.12.10 20:2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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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가운데 전농 상근자가 관련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허윤 서강대 교수가 "농민 측 패널이 과도하다" 등의 편향 발언을 하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이 좌장 교체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는 가운데 송기호 민변 변호사가 이를 중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한 농민이 한-미 FTA 폐기가 적힌 스티커를 옷에 붙인 채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와 FTA대응대책위 소속 농민들이 1일 한-미 FTA 개정 2차 공청회가 예정된 코엑스 회의실 앞에서 '한-미 FTA 폐기! 개정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민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던 한-미 FTA 공청회가 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다시 열렸다. 공청회 파행 이후 열렸던 농축산업계 간담회 당시 농업계의 빗발치는 폐기 검토 요청을 들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의 입장은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난 이번 공청회는 국회보고를 위해 절차 상 어쩔 수 없이 마련한 자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차 공청회 역시 패널 토론 순서에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토론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한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이 “농축산업계 피해 보전을 위해 약속한 무역이득공유제, 상생협력기금을 지키겠다고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좌장을 맡은 허윤 서강대 교수가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오늘 토론 패널에 농업계가 과반수를 차지할 만큼 이미 많이 배려하고 있고 이는 과도하게 많다. 끝난 뒤에 발언하시라”고 말한 것. 

분노한 농민들이 편향 발언을 하는 좌장을 교체하라며 목소리를 높여 파행이 다시 한 번 재현되는 듯 했으나,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의 중재로 간신히 수습됐다.

송 위원장은 본인의 발언 순서에서 “이 자리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청회임에도 불구하고, 뒤에 오신 참석자들이 카메라와 경호원 벽에 가려 앞을 볼 수 없다”라며 “이런 구조가 새 정부에 걸맞는 공청회인가”라고 물었다. 협상에 대해서는 “농업계를 위한 FTA 피해대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전면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효과가 있었다면 국민들에게 알려서 세금을 더 내도록 말해야하지만, 효과가 없었다면 농업개방, 기존 대책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농업계 패널 수가 너무 과도하다는 좌장 허 교수의 발언에 대해 “기업하는 사람이 FTA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면 지금 여기 벌떼처럼 몰려들었을 것이다”라며 공청회에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을 지지했다. 그는 “농민들은 다른 산업에서 재취업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실직했을 때 농업이 없으면 어떻게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시작하라”고 제언했다.

폐기에 대한 학계의 지지는 계속 이어졌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우리가 너무 많이 이득을 봤기 때문에 양보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작년 무역 흑자 비중 대부분은 자동차인데 자동차가 관세가 철폐된 건 작년이며, 자동차 관세철폐 이후로 오히려 흑자가 줄었으니 (제조업에서도) FTA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농업대로 피해가 크고 제조업도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현재의 협상을 폐기해야한다는 주장이다.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가운데 전농 상근자가 관련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통상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농업 역시 절대로 지킬 수 없다”며 “이미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무기와 셰일가스 수입을 추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협상을 ‘미국만이 공격하는 페널티킥 게임’이라고 표현한 박 위원장은 “FTA를 신봉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있는 이상 개정협상은 불가능하다”며 통상교섭본부의 전면교체를 요구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도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대미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 상 불리한 점이 분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업이 희생되지 않느냐”고 연이어 지적했다. 한 실장은 “협정 폐기까지도 각오 하고 농업분야의 이익을 지켜내라, 여러 가지 불평등한 조약들을 어떻게 하면 해소시킬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산자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은 지난 간담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업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는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의 발표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개방 이미 다 됐고 더 내줄 게 없으니 개방 더 하셔도 된다”고 냉소하며 “적어도 농식품부라면 농민들이 손해 본 만큼 다시 되찾아오겠다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일침했다.

산자부 역시 통상전략노출을 이유로 농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단지 제시된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협상에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은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이익을 요구하도록 하겠다”며 일단 개정협상 테이블에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와 FTA대응대책위 소속 농민들이 1일 한-미 FTA 개정 2차 공청회가 예정된 코엑스 회의실 앞에서 '한-미 FTA 폐기! 개정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와 FTA대응대책위 소속 농민들이 1일 한-미 FTA 개정 2차 공청회가 예정된 코엑스 회의실 앞에서 '한-미 FTA 폐기! 개정협상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승호 기자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허윤 서강대 교수가 "농민 측 패널이 과도하다" 등의 편향 발언을 하자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이 좌장 교체를 요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불참에 대한 농민들의 책임있는 답변 요구가 지속적으로 일자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가 발언대에 나와 해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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