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방역 현장을 위한 제언

  • 입력 2017.12.01 10:00
  • 수정 2017.12.01 10:01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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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경 1>

요즘 다시 전북 고창에서 고병원성인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고 전남 순천만에서도 고병원성 AI 발생이 있어서 평창 올림픽 개최를 앞둔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여름부터 AI에 대비하고 10월부터 가장 높은 '심각' 단계에 따르는 특별방역대책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올림픽 성공개최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해 매우 엄중한 다양한 조치가 내려져 강릉·정선 등 개최지 시·군 소규모 가금농가 전수조사와 추가 수매·도태에도 나섰다. 올림픽 경기장 주변 가금류를 모두 처분한다고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텃새에 자리 잡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AI지만, 기본적으로 철새 관리가 중요하다. 중국과 시베리아를 거쳐 날아오는 철새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함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또 매년 AI 발생 상황에서 정부 발표에서 철새가 거론되지 않은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뭔가 허전하다. 철새로 인한 전염병 유입이라면 가장 대표적 주요 이동경로가 어디일까? 그야말로 한반도 남한에서 보면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내려오는 백두대간이다. 그런데 철새에 의한 AI 방역 등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철새 이야기는 별로 없다.

 

<광경 2>

금년 들어 대대적으로 모집한 가축방역관은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규정에 따라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 예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수의사 중에 선발하며, 가축질병 예방과 관찰을 위한 시료 채취는 물론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관계자 면담 등 방역 지도 역할도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사회재난으로까지 확산됐던 구제역이나 수 천만마리의 가금류를 도태시켰던 AI에 대한 방역 현장에 점차 수의사들이 없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 부족현상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효력도 없다보니 일부에서는 국가 방역에 소홀한 수의사들의 이런 선택에 대해 비난마저 보인다.

서로 연계돼 있는 이 두 광경에는 보다 관심을 두고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심어줄 긍정적 미래다. 많은 철새가 넘나드는 백두대간 관리를 위해서는 남북 간의 방역 공조가 필수적이다. 전염병의 관점에서 남북은 없다. 남북 협력을 통한 철저한 방역이 필요했지만, 불행히도 이명박정부 이후 정부나 민간 차원의 협력은 철저히 차단되다보니 철새 이동이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철새 정도나 거론됐지 정작 북으로부터의 철새 부분은 공백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남북 공조를 위한 정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방역현장에 전문 가축방역관의 부족은 단순히 처우 불만이나 과도한 업무량 내지 정신적 스트레스만이 아니다. 장기적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데에 있다. 한-미 FTA를 포함해 여러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과정에서 농축산 분야가 정책적으로 방기돼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6년의 전문교육을 받은 이가 정책적으로 제외된 분야에 뛰어들어 자신의 미래를 걸 이가 얼마나 될까. 파격적인 처우와 함께 축산계열과 분리된 전문 방역관 제도를 확보하지 않는 한 방역현장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 현장에서 정치와 정책이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 요즘 접하는 이러한 광경 속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국민 안전을 위한 열린 자세와 결단에 의한 구체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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