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FTA에 맞서는 새로운 도구!

[ 현장분석 ]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입력 2017.11.26 17:06
  • 수정 2017.11.26 17:10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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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세계화 운동

지난 10월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스위스 제네바 UN유럽본부에서는 UN인권이사회 실무그룹 회의가 열렸다. ‘다국적기업의 초법성에 대응하기 위한 구속력있는 협약’을 제정하기 위한 것으로 2014년부터 시작되어 3번째로 열린 회의이다.

90여개국의 나라들과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했고 한국은 정부대표로 법무부 국제협력과장 등 3명이 참석했으며 비정부기구로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참석했다.

비정부기구의 대표적 단체는 ‘글로벌켐페인’이라는 세계적 연대체이다. 노동, 농민,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민중단체들이 참여해있고 전농은 전농과 전여농이 소속된 비아캄페시나(LVC) 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도 글로벌켐페인의 멤버이기도 하다.

현재 UN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협약제정은 일종의 반세계화운동이다. 다국적기업들은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자본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 모국의 보호 뿐 아니라 새롭게 들어간 국가의 법적 보호와 특혜를 받고 있다. 또한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협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자본의 무제한적 자유를 행사하고 있다.

자본의 자유와 달리 민중의 인권과 생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 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억눌린 곳에 저항이 있기 마련이고 저항은 필연코 연대로 나아간다. 그동안 지역별로 저항한 민중들은 세계적 연대를 연구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에 맞서 민중투쟁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 실무그룹 회의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측이 발언하고 있다.

농민들에겐 WTO·FTA를 무력화시킬 기회

이번 협약은 WTO와 FTA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큰 도구가 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꽤 영리하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국가, 법, 제도를 활용한다. 그리고 국제기구와 제도를 앞세운다.

UR협상과정에서 미국측 실세가 카길 임원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역사이고, 한-미 FTA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겉으로는 정부 대표단의 협상이지만 실상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상이다.

현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처럼 아예 노골적으로 협상이 끝나면 정부 관료가 다국적기업의 임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관피아가 이뤄지고 있고 이로써 WTO·FTA의 본질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식량주권을 지키는 운동은 다국적기업의 도구로 전락된 국제기구와의 싸움이다. 농업을 상품으로 만들어 다국적기업에게 인류의 식량권을 갖다 바친 WTO와 싸워야 하고, 농업의 막대한 희생 위에 자본가의 배를 살찌우는 FTA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의 영리함처럼 세계민중들도 지혜를 쌓고 있다. 그들이 탐욕을 채우기 위해 결탁한 것처럼 농민들도 단결하고 있고, 그들이 국제기구를 제멋대로 만들어가듯이 농민들도 국제협약을 제정하면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등장과 앞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탈퇴하고 불참하고 협박하는 일이다. 미국은 이번 협약 논의에서도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느닷없이 회의 마지막날 오후에 나타난 것이다.

협약 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에 위기감을 갖고 찬물을 끼얹고자 것이다. 미국의 등장은 다르게 보면 협약 제정 운동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협약을 제정하기 위해 진짜로 상대해야 할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내년에 이 논의는 더 높은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어떤가?

한국정부도 내년에 찬반을 포함해서 이 협약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 회의기간에 제네바에서 한국정부 대표단과 만날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다.

“우리 정부는 국내 의견을 어떻게 모을 겁니까?”

“국내에 가면 기업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 협약의 취지가 다국적기업으로 인해 피해받은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것인데, 민주노총이나 노동자, 농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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