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모든 삶의 기본”

[ 기획 ] 상생·협력으로 지속가능한 농업현장을 가다 - 호주·뉴질랜드 ①
호주 콜링우드 체험농장, 농부체험 프로그램의 ‘가치’
가스웍스 파머스 마켓, 생산자·소비자 신뢰를 사고판다

  • 입력 2017.11.26 05:44
  • 수정 2017.12.02 11: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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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 해외농업연수 올해의 주제는 ‘상생과 협력’이다.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9박 10일간 호주와 뉴질랜드의 농업현장 연수를 동행취재하면서 농업강국이라는 명성을 낳은 사회 곳곳의 농업 중시 현장,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노력을 지면에 담는다.
호주 멜버른 콜링우드 체험농장을 방문한 대산농촌재단 해외연수단이 알렉스 워커 농장 매니저에게 체험농장의 의미, 역사, 프로그램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호주 멜버른시의 콜링우드 체험농장(Collingwood Children's Farming)은 일 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지난 1836년 조성된 가장 오래된 농장으로 올해로 180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체험농장의 면모를 갖춘 것은 1978년. 호주 역사가 255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콜링우드 체험농장은 호주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버른 중심가에서 5km 남짓, 도시 한가운데 4.1ha의 대규모 농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또한 농업에 대한 자세를 짐작케 한다.

농장은 멜버른 시에서 운영하는 비영리농장이다. 농작물과 농업·농촌문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체험농장은 토끼에게 풀 주고 딸기를 따보는 일회성 체험이 주를 이룬다면 콜링우드는 진짜 농민의 일상을 배우게 된다. 농업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고, 농부가 되는 실제적인 기술을 배우는 시간을 보내다보면, 농업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릴 때부터 터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가족나들이형 하루 혹은 반일 체험도 가능하다.

‘음식은 어디서 오나’ 체험교육 활발 

알렉스 워커 콜링우드 체험농장 매니저는 “만3세 유치원생부터 초등생까지 매년 1만명의 어린이들이 농장을 방문한다. 어린 친구들에게 먹는 음식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보여주는 교육장이다”고 소개했다.

특히 40명 정원의 ‘영파머(young famer) 체험’은 주말마다 각종 농장일을 배우는데, 체험단 선발부터 본인의 의지를 가장 중요시 한다. 일대일 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을 선발하는 이유다. 농민이 되는 과정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 이상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거친다. 정규학교처럼 차분히 농민이 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30년간 학교에 몸담고 교장을 역임했던 알렉스 워커 콜링우드 매니저는 “교실에서 듣고 쓰는 교육은 한계가 크다. 이곳 영파머 체험은 반드시 농민이 되라는 것은 아닌 일종의 동기부여다. 땀 흘리고 흙투성이가 되는 지저분한 각종 농작업을 경험해 보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자부했다.

체험농장에는 18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몸이 불편한 어린 친구들이 농장일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지역개발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한다. 체험농장을 지키기 위해 서류작업만 8년이 걸린 끝에 호주 ‘자연유산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국유지이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에 따라 용도를 바꿀 수 있었지만 농업교육의 가치를 ‘문화재’로 승격시키면서 농장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게 된 셈이다.

콜링우드 체험농장에는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텃밭이 있고, 목장일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 가에 양들이 모여있다.
농장체험은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익히게 하는데, 이 나무 계단 역시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호주 농업체험 현장에는 환경보호 교육도 반드시 동반된다. 자원의 재활용, 음식의 순환 등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포스터.

생산자·소비자 신뢰를 사고판다

호주에선 도시와 농촌이 공간적 구분은 있지만 인식의 경계선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농촌이 있어야 도시가 있고 도시가 존재하려면 농촌은 필수라는 의식이 사회 전체에 스며있다. 농산물 소비에 있어서도 대형마켓 보다 재래시장을 이용한다거나, 주말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 성황을 이루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 18일 토요일 아침 8시30분, 가스웍스 파머스 마켓(Gasworks Farmers Market)은 개장을 하자마자 일주일을 기다려온 도시민들의 행렬이 어졌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곳은 ‘가스웍스 예술공원’ 부지로 공연장을 둘러싼 마당에서 장이 서며, 올해로 7년째 70여 농가가 운영하고 있다. 참여 농민들은 ‘빅토리아 농민시장협회’ 소속으로,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이곳에서 직거래를 하고 나머지 주에는 협회가 주최하는 멜버른시의 또 다른 직거래장터로 자리를 옮긴다. 시장 개장시간은 아침 8시30분부터 1시까지. 농민들은 자릿세 몫으로 1년에 2만불(호주달러)을 지불하고 이 돈은 파머스마켓 운영에 재투입된다. 의사결정은 참여 농가들이 뽑은 13명의 이사들을 통해 이뤄진다.

시장으로 들어서면 채소밭을 옮겨온 듯 싱싱하고 다양한 농산물이 즐비하다. 농민들은 자기가 재배하거나 키운 농축산물에 대해 친환경적 방법으로(예를 들면 가격은 칠판에 분필 사용) 홍보를 하고 있으며 농민인 아빠를 따라 나선 어린 딸들이 당당하게 주인장 노릇을 하기도 한다. 농업과 환경을 동시에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역시 필수소지하고 있다.

가스웍스 파머스 마켓 매니저 폴은 “지역 먹거리문화, 제철 농산물, 생물 다양성, 지속가능한 농업 등 물건 이외의 것을 나누는 곳이 파머스 마켓이다. 멜버른시 곳곳에 파머스 마켓이 운영되고 있는데,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관계 강화를 위해 비영리법인 체제로 운영된다”면서 “비자들은 대형마트 보다 신선하다는 매력적인 요소 외에 호주 농민들의 이익이 보다 강화되는 방향으로도 가스웍스 파머스 마켓을 지지하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농업강국 호주는 농업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배우고 실천해 가는 ‘농민과 소비자의 동행’을 사회 곳곳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호주 멜버른시에는 주말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려 도시민들로 가득찬다. 가스웍스 파머스마켓 역시 토요일 아침 8시30분 개장부터 오후 1시까지, 장바구니를 든 도시소비자들의 건강한 장보기가 이어진다.
자신이 재배한 오렌지, 아보카도, 마늘을 판매하는 농민은 즉석에서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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