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⑪] 충북 청주 미원낭성농협

판매농협 구현 기대되는 농협

  • 입력 2017.11.24 14:12
  • 수정 2017.11.26 17:0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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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 끝에 국회를 통과하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결국 지주체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구조 개편 전면 재평가 및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의 전환 등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한국농정신문>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공동기획으로 매월 1회 모범적 지역농축협의 목소리를 통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다 팔겠다” … 체질개선 위해 모든 경작지·작물 확인

지난 21일 윤창한 미원낭성농협 조합장(사진 가운데)과 직원들이 올해 7월 개장한 하나로마트에서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판매농협 구현의 염원을 담아 ‘파이팅’을 외쳤다

딱히 내세울 게 없던 면단위 지역농협이 ‘판매농협’으로의 위용을 갖추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서 눈길을 끈다. 바로 충북 청주의 미원낭성농협이다.

미원낭성농협은 지역적으로 보면 산간지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내도 아니다. 중산간 지역에 위치해 쌀보다는 밭작물이 주요 생산물이지만 어중간하게 끼인 위치라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다보니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 위주로 운영돼온 일반적 농협의 형태를 뗬다. 그런 농협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윤창한 조합장이 들어선 이후다. 보궐선거는 이전 조합장이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된 데 따른 것이다.

농민운동가와 지역일꾼으로 잔뼈가 굵은 윤 조합장은 당선 소감으로 “농협 발전을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되게끔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경제사업 활성화와 투명한 경영 등을 목표로 밝혔다. 윤 조합장은 농협 개혁을 천명했지만 켜켜이 쌓인 묵은 때를 벗겨낸다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판매를 최우선으로

윤 조합장은 “제대로 된 농협이라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무조건 팔아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다 이유가 있다. 이전까지 농협의 직원들이 농민조합원에 하나로마트 이용과 농약, 비료 등 농자재 구매를 요청만 했지 농민조합원이 어렵사리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건 뒷전이었다는 것이다. 수탁사업만 하면서 수수료만 챙기고, 판매장려금이 나오면 회식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농민들 사이에선 지역의 새마을금고, 신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원’이라고 불러도 농협 직원들에게 ‘놈들’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신용사업만 잘 꾸려 나가면 안정적으로 굴러가다보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제사업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공고해진 상황. 안정적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관성화는 윤 조합장이 반드시 넘어야 할 난관이었다. 하지만 틈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 조합장은 농사지을 때처럼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현장을 뛰었다. 더불어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생각으로 각종 사업계획과 보고서를 들고 다니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 조합장에 당선되고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고 할 정도의 고군분투. 윤 조합장은 몸으로 실천하며 직원들의 변화를 기다렸다. 그를 만난 21일에도 새벽부터 배추 수확 현장을 다녀온 그의 눈은 다소 충혈돼 있었다. 현장을 발로 뛰다보니 여기저기서 윤 조합장을 찾았고, 그의 전화기도 쉴 새 없이 울렸다.

물론 직원들에게 있어 판매농협으로의 체질개선은 큰 변화라 어려움을 느끼긴 마찬가지였을 터. 윤 조합장 당선 이후 1년 6개월 가량의 시간은 직원과 조합장이 시각 차이를 줄이는 중요한 시기였다. 아마도 농민 출신인 윤 조합장의 진정성이 전해지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실제로 한 직원은 “선장이 가면 선원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선원들이 조합장 목표에 맞춰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질개선으로 경제사업 200% 성장

체질개선에 시동이 걸리자 윤 조합장은 올해 초 관내 경작지와 생산 작물부터 빠짐없이 파악했다. 예를 들어 미원면의 홍길동 조합원이 콩 200평과 논 1,000평을 재배하고 있다는 것을 마을마다 영농회장을 통해 기록하도록 해 그 자료를 취합했다. 수확량을 사전에 파악해 어떻게 판매할지 판매계획을 세우겠다는 구상에서다.

또한 관내가 해발 240m 이상의 준고랭지다 보니 배추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있는 만큼 무엇보다 절임배추와 사과, 찹쌀 그 외 밭작물도 유통단계를 줄인 직거래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 게다가 실질적인 판매가 되면서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 자재도 농협에서 구매하며 일반 매출도 올라가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윤 조합장의 설명이다.

또한 올해 7월 160평 규모의 하나로마트를 새로 짓고, 같은 달 농기계수리센터도 문을 열었다. 농기계수리센터의 경우 수확기에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농민조합원들이 몰려들었다는 후문이다. 최신 시설을 구비한데다 가격도 저렴해서다.

이에 따라 경제사업을 본격화한 첫 해지만 그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올해 경제사업 예상 매출액은 40억원으로 지난해 기준 200% 가까이 성장했고, 내년에도 12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전까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비율이 8대 2였다면, 올해는 7대 3이고 이후 전체 사업량의 6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윤 조합장은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듯이 농협의 경제사업이 살아야 농민이 살 수 있다. 그래야 조합원들도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원낭성농협은 내년 지역의 김치가공공장과 절임배추 20만톤을 출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경제사업 활성화와 더불어 내년 중점사업으로 토양을 살리기 위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지역 축산농가에서 나온 퇴비를 사들여 농가에 시중보다 20% 저렴하게 공급하는 순환농법을 통해 축산농가도 지원하고 땅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윤 조합장은 특히 미원낭성농협이 판매농협으로 체질개선을 한 이후 지역 경제와 문화·복지를 함께 아우르는 종합복지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농협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미원낭성농협은 이제 농협다운 농협으로 변화의 첫 걸음을 뗐다. 발로 뛰는 조합장과 직원들 속에서 만들어진 변화의 기운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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