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폐기 기회 걷어차는 지역농협들

‘계약재배 농가에 산지폐기 우선순위’
알았다면 계약재배 고려 했을텐데…
농협 홍보 부실로 농민들 인지 못 해

  • 입력 2017.11.24 12:52
  • 수정 2017.11.24 12:5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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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추·무 폭락으로 전국에서 산지폐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농협들의 홍보 미흡으로 농민들이 산지폐기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등장했다.

농협은 최근 배추 3,000톤, 무 4,000톤 산지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 시장격리 정책의 일환으로 ‘농협 계약재배 농가’에 할당된 물량이다. 계약재배를 하지 않거나 일부만 하는 농가도 산지폐기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대신 우선순위가 2·3순위로 밀리게 된다.

하지만 폭락 상황에서 산지폐기 계획물량은 1순위(계약재배) 신청물량조차 채 소화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계획물량 대비 1순위 신청물량은 무가 2배, 배추는 3배에 달한다. 정부가 파격적인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이상, 계약재배 이외의 농가가 산지폐기 지원 혜택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을 농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농협들이 홍보나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농민들은 정보가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계약재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농협이 조합원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산지폐기의 기회를 가로막게 된 모양새다.

최승만 전 춘천시농민회 부회장은 “농협 조합원 된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산지폐기 개념을 옆 동네에서 우연히 처음 들었다. 진작에 알았다면 계약재배 참여를 고려했을텐데, 농협이 이를 설명해주지 않은 것은 직무태만 아닌가”라며 억울해했다.

전국 1,140개 지역농협 중 이번에 배추·무 산지폐기를 신청한 조합은 34개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해남·고창·부안(배추), 제주(무) 등 주산지에 집중돼 있다. 주산지를 제외한 상당수 지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 전 부회장은 김주현 춘천시농민회장과 함께 지난 21일 농협중앙회 원예부를 방문해 이같은 현장의 문제를 설명했다. 원예부 담당자는 “향후 문자나 우편 등을 이용해 조합원들께 계약재배 관련 내용을 세밀하게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고, 지역농협들에 대한 안내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된 춘천의 해당 조합 관계자도 “그동안 노지배추 계약재배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역농협 차원에서도 (계약재배·산지폐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조합원의 요청이 들어온 만큼 내년부터는 관련 내용을 연초부터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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