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38] 결산은 무슨

  • 입력 2017.11.24 10:25
  • 수정 2017.11.24 10:2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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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 농사일기를 쓰려고 한다하니 아내(농장장)가 뭘 쓸 거냐고 묻는다. 한해 농사를 결산해 보려 한다고 하자 “뭘 결산할게 있느냐” 라고 의아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와 금년 통틀어 단 한 번도 미니사과는 물론 어떤 생산물도 판매한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 결산은 해야 할 것 같은데 회계 상의 결산만이 결산이 아니라 농사일 전반에 대한 광의(?)의 결산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고 둘러댔다.

2년차에 접어든 주작목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200여주는 잘 자라고 있다. 비록 금년에는 10여 차례의 유기 방제는 물론 미량원소와 유기질 비료 등을 살포했음에도 열매를 많이 맺지 못했다. 그러나 나무 상태는 비교적 좋은 것 같고 현재 꽃눈도 잘 맺혀 있다. 과수원의 땅은 아직 전체적으로 유기물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초생제배를 2년간 지속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호맥도 파종했으니 몇 년 만 더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3년차인 내년에는 유기 방제와 영양공급에 더 신경 써 열매도 많이 수확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과수원 옆 150여 평의 밭에는 마늘, 토마토, 옥수수, 오이, 호박, 고추, 당근 등을 조금씩 재배했는데 이 역시 판매할만한 물량도 안 되고 벌레도 많이 먹어 상품화하기에는 너무 양이 적었고 품질도 형편없었다. 정말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많이 배웠다. 농사기술도 상당해야만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기존 관행농업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관행농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고 기술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양파 모종을 심고(10월 30일) 마늘을 파종한 후 덮어주었고(11월 20일), 물탱크의 물과 모터의 물도 빼 주었으니(11월 22일) 나의 금년도 농사는 이제 농한기에 접어드는 것 같다. 하우스 농사가 아니기 때문에 날이 추워지면 내년 2월 중순까지는 특별히 밭일은 없다. 그러니 약 3개월간의 휴식기간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농한기엔 농작업을 안 한다는 의미이지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바쁘다. 금년도 농사에 대한 반성과 내년도 농사계획, 모자라는 농작업 기술 습득을 위한 공부는 물론 선진 농장 견학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농사 결산은 아직 2년차이기 때문에 수입은 좀 없다할지라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내년에는 친환경 농사기술도 조금은 발전할 것이라 스스로 믿는 것이리라. 특히 친환경 과수 농사 기술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 이 또한 좋은 배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소중한 결산은 평생 농업경제학자로 살아온 내가 인생후반부에 농부가 돼 힘든 노동을 감내할 수 있을까 하는 나 자신은 물론 주위 분들의 우려를 조금은 해소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뭐니 뭐니 해도 내년 이맘때는 판매수입은 얼마이고 비용은 얼마여서 순수익은 얼마라고 쓸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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