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시각 차 확인한 농업계-산자부

정부, 한-미 FTA 간담회 열고 농업계 의견 청취
농민들 “농업 살릴 유일한 길은 FTA 폐기뿐”
산자부 “FTA라는 틀 안에서 발전 방향 모색해야”

  • 입력 2017.11.22 18:41
  • 수정 2017.11.26 16:2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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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양재동 aT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한-미 FTA 폐기 및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 등을 촉구하자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가 박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민들의 분노로 파행된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공청회가 오는 12월 1일 다시 열린다. 이를 위한 사전 의견 수렴과정으로 정부가 마련한 농축산업계 대상 간담회가 열렸다. 농민들은 정부가 진정 농업을 살리고자 한다면 기체결된 조약의 ‘폐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요구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aT에서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를 열고 농민과 관련 학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당초 산자부는 지난 10일 파행으로 끝난 공청회 대신 이번 간담회로 미진했던 소통을 보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농업계는 지난 15일 “공청회를 정식으로 다시 열지 않는 이상 간담회 역시 불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산자부는 지난 17일 2차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해 이번 간담회가 반쪽으로 그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한 지난 공청회와 달리, 오늘 간담회에서는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모형정책지원실장이 지난 5년간 한-미 FTA가 농업 부문에 미친 영향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 실장은 “한-미 FTA로 인해 농산물 무역수지는 악화됐으며 수입량이 증가한 만큼 국내 농산물의 가격하락으로 소득 감소 피해가 발생했다”며 “미국과 상호이익균형을 위한 개정협상을 한다면 오히려 한국 농업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공세적인 개정협상을 해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농민단체들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한-미 FTA의 불평등조약들을 문제 삼으며 기체결된 협정의 ‘폐기’를 전면 논의하라고 주장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소고기에 적용되는 세이프가드(ASG)를 들며 “농민이 다 망하고 없어진 후에야 발동되는 것이 지금 협정의 세이프가드”라며 “15만 톤이 들어오는 지금도 이렇게 난린데 30만 톤에 발동되는 게 말이 되는 협상인가”라고 물었다.

22일 서울 양재동 aT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한-미 FTA 폐기 및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개정협상 중단, 한-미 FTA 폐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FTA는 서로 수출을 더 많이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한국 농업이 무너지고 있으니 수정해보겠다는 말은 농민에게는 위로가 될지 모르겠으나 FTA의 목적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농업계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한-미 FTA 폐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역시 “개정협상에 대해 원천 거부를 하던지, 굳이 해야 한다면 농업계의 이런 고통을 강조하고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불평등 조약에서는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폐기하셔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유명희 산자부 통상정책국장은 “한-미 FTA는 지난 5년 간 양국에 있어 상호 호혜적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며 “우리 정부는 한-미 FTA의 유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나 미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농업을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 오히려 양보했던 조항을 이 기회에 개정하라 요구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정부에서 농업은 더 이상 개방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정부 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 측 답변 이후 토론 참여 인원뿐만 아니라 방청석에서도 정부가 폐기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지, 간담회가 그저 ‘열고 말았다’는 요식행위로 끝나는 건 아닌지 등의 질문이 빗발쳤다. 

정학철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이 자리가 의견을 모아서 정부가 정말 뭔가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의례적 절차인지 궁금하다”며 “이 정도로 (다수의 폐기) 의견이 나왔으면 개정협상으로 갈 건지 폐기로 갈 건지 다시 정해야하는데 산자부는 개정 협상을 이미 자기 의견으로 정해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유 국장은 폐기 방안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의 하나가 될 것이며, 간담회에서 청취한 내용을 전부 검토하고 고민해 국회 보고 내용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FTA 폐기에 찬성하는 농민단체들의 집합인 FTA농수축산대책위는 오는 2차 공청회와 관련해 산자부 측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출석, 지난 공청회 파행에 대한 사과, 공청회를 농민단체와 공동기획할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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