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통일 쌀 경작에 담긴 의미

  • 입력 2017.11.19 12:13
  • 수정 2017.11.19 12:15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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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해 쌀 수확도 거의 다 끝난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쌀값이 조금 회복돼 전년에 비해 쌀 농가의 시름도 약간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80kg 1가마 기준으로 13만원 이하로 폭락했던 쌀값이 최근 약 15만원 이상으로 회복됐다. 예년과 같은 17만원 이상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쌀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정부가 내년부터 쌀 생산조정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쌀의 재고량도 더욱 줄어들 것이고, 쌀값 폭락을 초래했던 과잉재고 문제가 해소되면서 쌀값은 당분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았던 쌀값 폭락 문제가 3년 만에 비로소 회복되는 길로 접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쌀값 폭락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농민들은 대규모의 쌀을 북으로 보내자고 요구했다. 그리고 농민들은 통일 쌀 교류를 위해 적은 면적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통일 쌀 경작지를 운영했다. 하지만 쌀값이 조금씩 회복세로 바뀌면서 통일 쌀 교류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하는 급박한 사안에서 벗어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식량주권 등과 같은 거시적 안목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통일 쌀 교류를 꿈꾸며 심었던 통일 쌀 경작지에서 수확된 쌀은 올해도 북으로 가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 쌀 경작지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민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남북 농업교류협력을 비롯해 전반적인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도 남북의 화해협력과 평화공존 그리고 우리 민족 공동의 식량주권이라는 큰 꿈과 바람을 갖고 통일 쌀 경작을 이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통일 쌀이 북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통일 쌀 경작지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만약 쌀값을 포함하여 눈앞에 닥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통일 쌀 경작의 의미를 부여했다면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통일 쌀 교류의 재개 가능성 여부나 그 시기를 예상조차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한미동맹의 하위개념으로 처리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렸다. 운전자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운전석에서 앉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버린 것이다. 일단 이 문제는 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 최소한 김대중-노무현정부와 같이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을 병행하는 정책기조만이라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운전석에 앉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부 차원 혹은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협력도 다시금 재개될 수 있고, 그때가 되면 통일 쌀이 다시금 한반도를 넘나들게 될 것이다. 통일 쌀이 남북 협력과 평화의 촉진제가 되고 한반도 농업공동체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통일 쌀 경작을 꾸준히 이어왔던 농민의 노력도 재조명받게 될 것이다. 큰 꿈을 담아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일궈왔던 통일 쌀 경작의 의미도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수확을 마친 통일 쌀 경작지는 내년을 기다리며 잠시 겨울잠을 자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작지에 남겨진 농민의 땀과 희망은 여전히 농민의 가슴 속에 살아 움직이며 남북의 협력과 평화를 위한 운동을 지탱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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