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산물 유통과 제도의 변화

  • 입력 2017.11.19 12:10
  • 수정 2017.11.19 12:13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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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농산물 유통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거래, 공영도매시장을 통한 거래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농안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거래는 주로 공영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락시장이 대표적인 공영도매시장이다. 농산물 유통채널이 다변화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가락시장과 같은 도매시장에서 처리하는 농산물의 비율은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절반가까이 된다.

농안법은 농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영도매시장 역시 이러한 생산자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공영도매시장의 유통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수집하는 역할을 하는 유통인인 도매시장법인과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유통인인 중도매인으로 구분된다. 두 유통인은 서로 다른 입장, 즉 좀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려고 하는 생산자와 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돼있다. 그리고 그 거래 방법으로 주로 경매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있었다. 조사의 주요내용은 도매시장법인들이 생산자들에게 받는 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여부이다. 사실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들의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2년도에 도매시장법인들의 담합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한 사실이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도매시장법인들의 담합행위가 단순히 막대한 사적이익을 챙기기 위한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현재의 공영도매시장 제도에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기본적으로 생산자가 공영도매시장에서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매시장법인에게 농산물을 위탁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도매시장법인은 공영도매시장내의 거래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담합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작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도매시장법인이 정반대로 생산자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제도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농안법의 연혁을 보더라도 출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도매시장법인과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도매인의 전통적인 역할이 시장도매인제의 도입과 함께 예외적이긴 하지만 기존에 도매시장법인의 영역이었던 수집기능을 중도매인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중도매인 영역이었던 분산기능을 도매시장법인이 할 수 있도록 변화해 왔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 및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농안법 목적을 위해 도매시장 거래제도 역시 시대상황에 맞게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농안법 개정은 유통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결국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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