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정보공개와 공공참여 보장, 왜 우리만 안 하나

한국,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 중 유독 정보공개·공공참여 제한
엄격한 GMO 관련 사전예방 체계 갖춘 EU·일본 사례 참고해야

  • 입력 2017.11.19 11:39
  • 수정 2017.11.19 11:4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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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시행 10년째인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을 국민 알 권리와 GMO 사전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6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LMO법 시행 10년,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현행 LMO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으로 GMO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생물안전성 관련 주요국가의 법제를 비교·분석하는 시간도 가졌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진 교수는 현행 LMO법의 주요 문제점에 대해 거론했다. 우선, 위해성평가 측면에서 수출국 또는 수출자가 위해성평가서를 작성·제출토록 돼 있다. 김 교수는 “GMO에 대한 위해성평가를 이를 수출하고자 하는 자, 즉 이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자에게 부담 지운다는 건 위해성평가제도 자체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수출국의 평가서류를 국내 행정기관이 심사하는 과정마저도 대행이 가능하도록 정해놓은 상태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도 정해져 있지 않다.

한편으로 정보공개와 공공참여 문제에 있어, GMO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에 정보보호 의무를 부과해 GMO의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시민들이 취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영업비밀’이란 명목 하에 GMO 수입·가공기업이 GMO 정보제공을 거절해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기업들이 GMO 완전표시제와 같은 기초적 정보제공마저 반대하는 데는 이러한 법적 한계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공공참여 보장에 있어서도 현행 LMO법은 부족하다. 현행법은 GMO와 관련해 명예감시원 제도 및 바이오안전성위원회 구성을 통한 위원 참여를 보장하긴 하나, 해당 위원회는 위원 자격을 전문가들에 한정해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LMO법 내용상 안전관리 강화 및 공공의 이익 보호를 위한 GMO 관련 정보공개, 공공참여 보장 등의 내용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공공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농촌진흥청이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가칭)농생명위원회를 구성해 GMO 문제를 다루기로 한 것은 공공참여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는 GMO 관련 위해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대처를 규정하는 규범인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의정서)’에 서명한 당사국 중 하나다. 다른 의정서 당사국들은 GMO 관련 법제를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규호 위촉부연구위원은 주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EU는 생명공학 발전을 주도한 근거지임에도 GMO만은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엄격하게 접근해 왔다. EU는 GMO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엄격한 위해성평가 방법론을 고수한다. GMO를 승인받으려는 개인이나 사업체가 자국 책임기관에 승인을 신청하면, 해당 기관은 유럽식품안전청(EFSA), EU 집행위원회, 타 회원국들에 이를 통지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어 EFSA의 위해성평가(6개월 이내 시행 의무) 뒤 그 결과의 최종보고서에 대한 30일 간의 공공의견 수렴 기간도 필요하다. EFSA의 위해성평가는 ‘알레르기 유발 평가’, ‘독성 평가’, ‘영양성분 평가’ 등으로 나뉘어 매우 엄격한 평가가 이뤄진다. GMO 제품에 대한 라벨링과 이력추적도 철저하다.

무엇보다 EU는 GMO 이용에 있어 유기농업과의 ‘공존’ 문제를 고민한다는 게 김 위원의 주장이다. 김 위원은 “EU에선 GMO 이용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각국의 환경정책과 도시·농촌계획, 토지사용, 농업정책의 목표 등을 고려해 GM 작물의 재배 금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GMO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게 아니라 기존 유기농업과 토지의 보전을 정책적 우선사항으로 둔다는 의미이다.

일본의 경우도 환경에 방출되는 모든 GMO와 그 위해성평가 사안에 대해 주무장관 뿐 아니라 환경성 장관의 승인을 필수로 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농림수산성은 유채와 대두가 수입되는 일본 내 10~15개 항구 지역에서 그 생육상황이나 근연종과의 교잡 수준을 정기적으로 조사·발표 중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GMO 유채 확산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이처럼 일본은 정부기관 간 GMO 공조가 한국에 비하면 철저하다.

김규호 위원은 “우리가 의정서 당사국이 아니면 모르되, 당사국인 이상 의정서와 타 당사국들의 이러한 법적 내용과 지향을 우리로서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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