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운집한 농민 1만여 명 “농민헌법 제정하라”

강추위 속 '농민권리 먹거리 기본권 실현' 전국농민대회 열려
농정개혁‧농협적폐청산‧한-미 FTA 폐기‧쌀값 1kg당 3,000원 요구

  • 입력 2017.11.18 22:19
  • 수정 2017.11.21 16:5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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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상징의식으로 '농민헌법', '한-미 FTA 폐기'가 적힌 깃발을 들고 차전놀이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농민헌법 쟁취' 등의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대회를 시작하며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 및 소비자 대표, 정치인들이 '헌법개정, 농민권리,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약속하는 사발통문을 적은 뒤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농민헌법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한우준 기자]

30년 만에 찾아 온 개헌 요구가 농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전국의 뜻 있는 농민들이 모여 ‘농민헌법’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농민들은 농업이 존폐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농민의 기본권 보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18일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는 갑자기 닥친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약 1만여 명의 농민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내건 요구사항은 헌법개정, 농협 적폐청산, 한-미 FTA 폐기, 쌀값 1kg 3,000원 보장. 그 중에서도 핵심은 ‘농민헌법’ 제정을 통한 농민 기본권의 제도적 보장이었다.

농민과 소비자 대표로 각각 나선 김영호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와 곽금순 한살림연합 대표는 대회사에서 “정치권력이나 지방권력 문제에 빠지지 말고 민중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헌에 나서야한다”며 “민중이 직접 권력을 잡고,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는 개헌을 (문재인 정부가)포기한다면 박근혜를 물리친 민중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현재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상황에 대해 일침을 날린 것이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는 “여러분들이 함께 싸워 만들어 준 친환경 무상급식은 15년만에 80%의 전국 학생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며 “친환경 무상급식이 농민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 낸 것처럼 농민헌법도 기필코 함께 만들어내겠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감사와 지지를 표명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곽금순 한살림연합 대표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서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김종훈 민중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대회를 시작하며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의당과 민중당은 당 대표가 직접 대회에 나와 ‘촛불정부의 시작이 고 백남기 농민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촛불혁명의 완성을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농민들이 피눈물 흘리는 세상을 바꾸고 국민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촛불을 들었던 것 아닌가”라며 “김동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논 변동직불금 8,000억원을 다른 부처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망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행 중인 개헌논의는 30년 만에 헌법을 바꾸자는 것으로 권력구조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농민이 수천년동안 이 땅의 먹거리를 책임져 온 만큼 당당히 주인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는 “FTA에 몸살 나고 잘못된 정책에 골병드니 농민들의 마음은 너덜해졌다. 100대 국정과제에 농민정책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어도 지켜보겠다던 농민들이다”라며 “지금도 국회에서 예산 이야기를 하는데 농업‧농민이야기가 한 마디 없다. 농업정책을 제대로 해야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중당은 지난달 25일 농민헌법운동본부에 정식으로 가입하며 농민과 함께 농민헌법을 위한 개헌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농민헌법 쟁취하자”, “농정, 대개혁하라” 두 구호를 직접 선창하며 농민들의 제창을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설 위원장은 “농민헌법은 쟁취해야 한다. 그냥 될 것 같지 않다”며 “박근혜를 몰아냈던 촛불처럼 국민의 힘으로 돌파해야한다. 여러분들이 다시 한 번 더 수고를 해주셔야겠다”고 격려했다. 이어 “이 추운 날에 외치는 여러분의 정성이 국민에게 통하리라 생각한다”는 응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갔다. 설 위원장은 지난 15일 농민단체 대표들이 국회를 찾았을 때도 “열심히 투쟁해 달라”며 독려한 바 있다.

대회의 진행을 맡은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123년 전 동학농민혁명 때 넘지 못했던 우금치를 ‘전봉준투쟁단’이 되어 넘고 광화문까지 진격해 박근혜정권을 끝장내고 새로운 권력을 세웠다”며 “모든 혁명의 결실은 제도적 법적 장치 개헌으로 이뤄진다. 농업농민농촌의 내용이 헌법이 담겨야 촛불혁명이 제대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한 ‘20년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쌀값 문제에 대한 발언이 시작됐다. 김도경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20년 넘게 쌀값 이야기를 해온 것 같다. 얼마 전엔 우선지급금 860억원을 돌려달라는 등 농민들에게 (농업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박근혜도 쌀값 21만원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정부는 아무 이야기도 없다. 농업에서 되풀이 되는 악순환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끊어야 한다”고 연설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볏단과 함께 한-미 FTA 폐기가 적힌 선전물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농민헌법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 적폐청산에 어느 농민단체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내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도 무대에 올라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정부 예산이 10% 인상됐지만 농업예산은 0.04% 인상에 그쳤다”며 “후보시절에는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말하던 문재인정부가 농민을 생각하고 위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정부의 농업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한-미 FTA는 미국이 폐기발언을 했음에도 우리나라는 개정협상을 하겠다고 하고, 농협중앙회는 농민들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하며 돈 잔치에 여념이 없다. 농협이 바로 설 때까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결의문에서 “오늘 모인 우리들은 11월과 12월 시군 농민대회를 개최, 정치권력에만 안주하고 개헌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국민들의 개헌요구를 가로막는 세력들을 심판할 것이다”라며 “촛불항쟁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요구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권리,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요청했다.

농민들은 대회를 마치고 차전과 풍물패를 앞세워 행진하며 여의도 일대 시민들에게 농민헌법의 필요성을 알렸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한 농민들은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남은 적폐의 시급한 청산을 요구했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상징의식으로 '농민헌법', '한-미 FTA 폐기'가 적힌 깃발을 들고 차전놀이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상징의식으로 '농민헌법', '한-미 FTA 폐기'가 적힌 깃발을 들고 차전놀이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농민헌법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농민헌법 쟁취',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등의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농민헌법 쟁취',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등의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국회의사당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반전평화 실현 촛불헌법 쟁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노동자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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