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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 땐 곶감·감말랭이 아니겠소‘고종시’로 유명한 지리산 산청곶감 작업 한창
최금호씨가 감말랭이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 후 소포장 용기에 담고 있다.
‘고종시’가 저장된 창고 옆 작업장에서 감 깎기 작업이 한창이다.
최양호씨가 옥상 건조장에서 타래에 감을 매달고 있다.
감 깎는 작업장 앞에 이날 작업해야 할 감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최금호(아래)씨가 감 상자를 도르래에 매달자 동생인 최양호씨가 옥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지리산 자락 해발 768m 감투봉 능선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감투봉과 마주보고 있는 석남마을에 가을 햇살이 비추자 밤새 마을을 휘감던 냉기를 밀어내고 온기가 곳곳에 스며든다. 지난 15일 여명이 밝아오기 전부터 시린 손 녹여가며 곶감 만들기에 나선 최금호(77, 경남 산청군 삼장면)씨 댁도 날이 밝아오자 작업에 나선 일손이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건조기에서 하루 이틀 숙성시킨 감말랭이는 이미 집 한 편 양지바른 곳에 가지런히 놓여 가을 햇살을 한껏 머금고 있다. 층층이 포개져 있던 감말랭이 바구니를 마당에 펼치던 최씨는 “아침저녁으로 이슬을 맞고 얼었다가 녹았다가 보름쯤 반복이 돼야 감말랭이가 된다”며 “이게 손이 많이 가지만 해 놓고 나면 달고 쫀득하니 찾는 사람이 많아서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원한 맥주 안주로 이 만한 게 없다는 그의 설명에 아직 덜 마른 감말랭이를 덥석 먹어보니 달콤한 맛에 아니나 다를까 거품 가득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하다.

한편, 자택 옥상에 마련된 건조장에선 감타래 작업이 한창이다. 최씨의 동생 양호(74)씨는 1층에서 도르래에 매달아 끌어올린 감 상자를 줄지어 놓고 타래에 감을 매달고 있다. 매끈하게 깎아 꼭지를 끼운 감이 설핏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더군다나 촘촘히 매단 감의 주황빛깔은 창문 사이로 비춘 햇살을 받아 더욱 도드라져 눈이 부실 정도다.

최씨는 “새벽에 별 보며 나와서 별 보고 들어가는 게 요즘 일과”라며 “아직 한 달 여는 더해야 (감타래) 작업을 마무리 할 것 같지만 그래도 형님과 함께 해서 재미지다”고 말했다. 건조장에 매단 감은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바람도 적당히 부는 지리산 자락의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약 40~50여일 건조시켜야 지역의 명물인 산청곶감이 된다.

옥상에서 감타래 작업이 한창일 즈음 산청곶감의 원료감인 고종시가 저장돼 있는 창고 옆에선 감 깎는 일손이 부지런하다. 최금호씨의 아내인 허화순(72)씨는 감 깎는 기계를 쉴 새 없이 돌리면서도 “산청 감은 조선 시대 고종에게 진상될 정도로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고종시’로 불려 왔다”고 귀띔했다. 덧붙여 허씨는 “우리 할매들은 말고 감 좀 예쁘게 찍어서 잘 좀 알려 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최씨 가족이 올해 수확한 원료감만 해도 20kg 상자 기준으로 약 700상자. 지난달 말부터 곶감 작업을 시작해 보름여가 지났건만 아직 창고엔 500여 상자가 그대로 남아 있다. 최씨는 “일손을 구하고 싶어도 모두 바쁜 시기라 사람이 없다. 칠십에 가까운 사람들이나 구할 수 있지 젊은 일꾼은 쉽지 않다”며 “일은 좀 더디더라도 동생 내외가 함께 하니 손발도 잘 맞고 가족의 정도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시원한 바람이 키워 만든 산청 고종시와 이를 정성들여 다듬고 깎는 농부의 고된 손길이 더해진 곶감, 옷깃을 저밀만큼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겨울날 온돌방에 앉아 곶감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놓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 모여 먹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어쩌면 기억 속 그 맛은 오래전 고향집 할아버지 할머니가 “에구 이쁜 내 강아지”하며 내어주시던 곶감의 달고 쫀득한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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