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재협상, 절차적 정당성도 잃었다

  • 입력 2017.11.17 13:22
  • 수정 2017.11.17 13:2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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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주관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나 산자부는 이날 공청회 파행을 끝까지 방관하다 공청회 무산이 아닌 종료를 선언했다. 정부는 파행여부와 상관없이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다음 수순인 국회 보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0년 전 한-미 FTA 협상을 할 때와 꼭 같은 모습이다. 통상협상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은 형식만 갖춘 채 요식행위로 치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상협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 벌어지는 한-미 FTA 재협상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원치 않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미치광이 전술’에 의해 강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은 이번 재협상을 통해 더 이익을 챙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 재협상은 하나마나 우리가 손해를 보는 협상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재협상 절차에 혈안이 돼 있다. 이미 농민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종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10년 전 한-미 FTA 협상 당시 ‘검은머리 미국인’이라는 비난과 ‘우리 농업을 미국에 팔아먹은 자’라고 규정된 인사가 또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돌아와 한-미 FTA 재협상을 강행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한-미 FTA 협상 당시에는 ‘협상은 상호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명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이 상호이익과 균형을 갖춘 협상인가.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한 상황에서 결국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가만 결론이 나게 돼 있다.

그렇다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당당히 재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한-미 FTA 재협상 중단부터 선언해야 한다. 국민들 다수가 반대하는 통상협상을 진행할 명분과 권한은 어느 정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공청회가 무산됐기 때문에 통상절차법 원칙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은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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