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계열화사업, 왜 ‘상생’이 어려울까

계열업체와 부여지역 종계장, 복잡한 법정 분쟁 지속
중개업체 부도나자 농가에 연대보증 책임 지워

  • 입력 2017.11.12 13:45
  • 수정 2017.11.12 13:4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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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산계열화사업에서 제일 강조되는 단어가 ‘상생’이다. 그 이유는 상생이 실현되기 어려운 수직계열화 구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월부터 불거진 체리부로 계열사인 한국원종과 한 종계장의 갈등은 상생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충남 부여군 고려농장은 지난해 한 중개업체와 종란 납품계약을 맺었다. 그 중개업체는 한국원종에 종란을 공급했다. 이 중개업체가 3월 부도가 나면서 한국원종과 고려농장 사이에 복잡한 법적분쟁이 시작된다.

한국원종은 이 중개업체와 계약할 당시 고려농장이 연대보증인으로 함께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려농장은 연대보증을 한 적이 없으며 계약에 사용된 인감 등이 위조됐다고 주장한다. 팽팽한 양측의 입장은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질 예정이다.

문제는 연대보증 자체에 있다. 중개업체의 부도엔 종계농가도 피해자의 입장에 놓인다. 그러나 계열업체는 종계농가가 중개업체의 연대보증을 설 것을 종용한다. 한국원종 관계자는 “중개업체다보니 농장주를 연대보증인으로 포함한다. 다른 종란 공급 계약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업체의 수익을 보전하고자 피해자인 농장이 부도업체의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원종은 고려농장이 중개업체 부도 뒤 종란을 반출하고 사료를 타사 사료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아 계약서 제 18조(담보 및 연대보증인) 내용에 어긋난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18조 조항은 중개업체의 계약을 연대보증인이 자동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한국원종 관계자는 “우리는 이 조항이 계약 이행 의무를 담았다고 해석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후 고려농장은 한국원종에 개당 301원에 245만개 이상의 종란을 납품했다. 그동안 한국원종은 고려농장이 계약을 어겼다며 농장과 종계에 가압류를 걸고 정부의 종란 폐기 보상금도 논산시에 가압류를 걸어 농장주가 찾지 못하게 했다. 한국원종은 미림이 부담해야할 사료대금 약 3억2,000만원과 고려농장의 종란임의처분에 다른 손해배상금 약 1억2,000만원을 가압류 근거로 봤다.

한국원종은 7월 손해배상금의 상당액을 조정했는데 이는 사료대금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종 관계자는 “사료대금은 2월말 기준 미수금이 3억2,0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매달 지급하는 종란대가 6,000만원 상당이어서 최종적으로 3,600여만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압류가 과다하게 걸리면 종계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겠냐는 질문에 “가압류는 재산상 권리가 제한될 뿐 농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고려농장 관계자는 “가압류로 농장을 압박해 한국원종은 원하는 대로 종란을 공급받았다. AI로 병아리 시세가 높아 계열업체는 좋았겠지만 우리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긍규 고려농장 대표는 “농장을 신축하며 담보대출이 많다. 상환을 연장하려 했는데 가압류가 걸리며 연장이 안 됐다. 그래서 월 6,000만원씩 고스란히 상환해야 했다”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은 종란반출에 대한 배임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한국원종은 “종란이 한국원종 소유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다”라며 항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취재에서 만난 양쪽 관계자는 한결같이 원만한 합의로 문제를 풀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행경과는 이와 같은 바람과 정반대로 나아갔다. 최 대표는 “계열업체는 계약의 보증을 원하는데 농가는 빚이 많아 보증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중개업체가 중간에 끼어 계약을 하는 것이다. 지금 사태는 종계산업구조의 문제가 크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수직계열화사업을 선호만 할 게 아니라 계열업체와 농가가 상생할 방법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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