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농어업회의소와 법제화 - ‘농어업회의소의 전국화’가 가능할까

  • 입력 2017.11.12 11:27
  • 수정 2017.11.12 11:2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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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이 7년째 늘어지며 일각에서는 법제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책의 대상인 농민은 이미 설치된 회의소가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현황과 평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범사업 사례들을 둘러보고 이대로 법제화가 진행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본다. 

1. 농어업회의소가 문 닫은 이유

2. ‘성공사례’는 어떻게 만들어 졌나

3. ‘농어업회의소의 전국화’가 가능할까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농)은 농민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는 ‘또 하나의 관변조직 농업회의소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도 냈다.

지난 3일 열린 ‘전농 농정개혁 토론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은 전농 역시 농어업회의소의 ‘협치농정 구현’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법안은 자율성·독립성 보장이 불가한 전국 규모 관변단체의 설립을 돕는게 아니냐는 것이 종합적인 의견이다.

발의된 법안은 각 시군에 설립되는 기초농어업회의소 상위에 광역농어업회의소와 전국농어업회의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실제 법안을 보면 전국농업회의소는 겨우 20개 기초농업회의소의 동의만으로 설립 신청이 가능하게 돼 있다. 전국 농민의 민의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턱 없이 적은 숫자다. 그저 ‘자리’를 위한 또 다른 기관 설립의 단초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훈규 거창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기초 회의소들이 어느 정도 수가 갖춰지고 자리를 잡으면 그 현장 인물 가운데 상향식으로 중앙에 올려 광역단위 조직, 중앙조직을 만드는 것이 순서”라며 “법이 만들어졌으니 일단 중앙조직부터 만들어야한다는 접근이 나온다면 잘못된 것이다. 누가 회장 할 거냐, 총장 할 거냐 식으로 그간 이 사안에 관련해서 목소리만 크게 냈던 사람들을 자리에 앉힌다면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한 우리부터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고작 반년 가량 남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농어업회의소의 전국적인 설립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협치’를 내세우는데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농어업회의소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농정 공약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이상적인 겉모습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배경으로 설립되는 농어업회의소가 얼마나 자생능력과 독립성을 갖출 수 있느냐다. 현재까지의 시범사업에서 관 주도로 설립됐다가 단체장이 교체되자마자 침몰한 농어업회의소들의 사례는 전농의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고창과 진안은 예산이 끊겨 아예 문을 닫았고, 나주 역시 전임 사무국장의 정치적 활동이 문제가 돼 2015년에 예산이 끊기는 위기를 겪었다가 지자체와의 관계를 겨우 정상화했다.

김명수 나주시농민회 노안면지회장은 “나주시농어업회의소가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긴 하지만, 지난 1년의 활동을 보면 농정을 전환하기 위해 활동하거나 토론한 내용이 없다”며 “회의소의 설립 목적이 딱히 명시돼 있지 않은 법률안 그대로 가게 되면 그저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니 사람을 채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나주시농어업회의소의 한 관계자 역시 “현재 농어업회의소의 내부적 단합은 매우 잘 되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관련해 활동이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자체가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농민들 스스로 농어업회의소를 세우는 경우에도 현재의 법안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농어업회의소법은 제 63조 경비 지원 항목에서 국가의 지원을 아예 배제하고 있으며, 정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규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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