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으론 안 돼 … 20만원은 받아야”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서 만난 농민들 “쌀값 더 올려야”

  • 입력 2017.11.12 11:26
  • 수정 2017.11.12 15:5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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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일 충남 천안시 종합휴양관광지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에서 쌀을 가져온 농민들과 농협 관계자들이 톤백에 담긴 벼의 수분율을 측정하는 검사관을 지켜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특이래요. 내 건 특이래.”

전국적으로 공공비축미 국가수매가 시작됐다. 지난 8일 충남 천안종합휴양관광지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동남구 북면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표정을 읽었다. 곳곳에선 벼의 등급 판정을 얘기하며 간간 웃음소리가 들린다.

작년 남편을 여읜 이옥자(71)씨는 자식들의 도움과 이웃의 배려로 겨우 수확을 마치고 톤백 네 개를 가져왔다. 두 개는 청치가 많아 2등급을 받았지만 어쨌거나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산골짜기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북면은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가 상당했다. 일부 부락은 수매에 내놓을 벼가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온 벼들도 특등급 도장의 톤백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1등급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일단 쌀을 가져 온 농민들의 표정은 그럭저럭 밝았다. 지난해보다 꽤 오른 쌀값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올해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서울서 은퇴하고 내려와 수년째 5,000평의 쌀농사를 짓는 김문환(76)씨는 가격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쌀에서 매년 400~500만원의 적자를 보는 김씨는 그래도 약용작물 재배 등 다른 농사를 병행하며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적자나도 땅을 묵히지 않겠다고 버티는 거, 그게 바로 농심이야. 앉아서 얘기하면서도 풀을 뜯는 게 농사꾼이라고. 그렇게 움직이는 것만큼의 보상을 받아야하는데….”

가격보다도 반가운 것은 올해 전격적으로 늘어난 정부매입량이다. 김씨는 수매량이 더 많아져서 농민들이 판매만이라도 홀가분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등급 판정 전 벼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허승욱(68), 허광부(75)씨는 기자가 다가가 쌀값 얘기를 꺼내자 주변에 있던 농민들과 함께 속사포를 가동했다.

“아니 농민들 만족할라면 15만원 갖고 안디여, 농민들 쌀 짓고 싶어 짓는 사람 없어.”

“20년 전에도 쌀값 한 15만원 갔을 걸? 그지?”

“일을 하면 한만큼 대가가 나와야 되는디, 차라리 어디 경비 서고 그래서 벌어먹는 게 낫지.”

“아니 어디 하루 가서 일해도 값이 쌀 한짝인디.”

“나라에서도 다른 거 심으라는데 콩 같은 거 일이 많아 힘들어 못히야. 내 나이를 봐.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나 하지.”

“20만원은 가야지. 문재인 정부 때 목표가격은 21만원은 돼야지. 근데 국회의원들이 말을 들어먹을까 몰라.”

“저번에 환수 사태 났을 때도 말야, 불만이 많았지만 충청도 사람들은 겁이 많아 가지고 그냥 다 냈어(웃음) 우리는 그랬는데 아래쪽은 안 그랬나보더라구. 전라도 사람들, 그 사람들은 이거(주먹을 들어보인다)를 잘하거든.”

작년 우선지급금을 일부 다시 가져가고, 결국 올해 우선지급금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도 크게 말은 안했지만 속에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김승진 북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시장가격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국가가 먼저 이 정도 가격에 사겠다고 나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선지급금의 필요성을 이자에 빗대 설명했다.

“농협에서 돈 빌리면 그날부터 바로 이자가 적용됩니다. 농민들 1년 내내 지은 쌀 가져가서 돈 나중에 주는 건요? 이자를 줬느냐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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