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폐기한다는 경고, 우리가 해야 할 말”

한농연,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긴급 간담회 열어

  • 입력 2017.11.12 11:23
  • 수정 2017.11.12 11:2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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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지식, 한농연)가 주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 측 토론자들이 들고 나온 미지근한 방안을 농업계가 지적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이창훈 산업통상자원부 대미협력팀장은 “통상 쪽 사람 모두 추가 개방이 무리한 요구이고 농민들이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레드라인’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현 상태로 간다고 이해해도 되냐”고 묻자 “기본적인 입장은 그렇다”는 답을 내놨다.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 역시 “개정협상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도의 발표에 그쳤다.

윤 교수는 “지난 협정 내용을 생각하면 지금 정부는 ‘우리 지금 다 내줬는데 이미 뭘 더주라는 말이냐’ 정도로는 나가야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미국이 선을 넘고 들어오는 것만 기다릴 게 아니라 먼저 폐기를 언급하며 공세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주문이다.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도 “폐기할 경우 미국이 손해를 보는, 미국이 유리한 협상이다”라며 “왜 농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손해를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통상당국을 비판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은 개정협상의 대비책으로 ‘FTA 피해보전직불금’ 제도의 개선과 확대를 논했다가 마찬가지로 질타를 받았다. 이상길 논설위원은 “한우 농가가 절반으로 줄고 원유자급율도 떨어졌다. 심지어 도라지까지 폐업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타 품목 전환으로 연쇄 가격하락 효과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도 “농사짓던 사람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하는 건 전혀 현장감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간담회를 정리하며 한-미 FTA를 ‘세 가지가 없는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과다할 정도로 관세가 없는·보조금 불균형 문제 제기가 없는·철학이 없는 협상이 그것이다. 윤 교수는 특히 “99조에 달하는 농업 보조금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라며 정부 측에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요청했다.

한농연은 간담회 개최에 이어 지난 6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협상에서 농업부문은 반드시 제외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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