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l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문제] ②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반복되는 이유

협동조합 정신 위에 선 이윤창출

  • 입력 2017.11.10 16:42
  • 수정 2017.11.12 15:3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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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 문제를 이번엔 뿌리 뽑을 수 있을까? 농협은 내부지침에서 수입농산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매를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이번엔 끝장을 보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가 반복되는 원인과 그 해법을 4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1. 농협, 수입농산물 얼마나 들여오나?

2. 수입농산물 판매 반복되는 이유

3. 판매 금지, 법제도로 강제해야

4.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반드시 막는다

“어쩔 수 없다”는 농협 조합장들 … 바나나 소비자가격, 수입가보다 3배 ‘껑충’

다문화가정 배려, 소비자를 위한 구색 맞춤 등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바나나 등의 수입농산물을 팔 수 밖에 없다는 게 일선 농협 조합장들의 목소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수입농산물 판매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일자 농협중앙회에서 지역농축협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지도에 나섰고, 일단 매대에선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인 강제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관심도가 수그러들면 “어쩔 수 없다”며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정말 어쩔 수 없어서일까. 수입농산물의 유통과정과 이윤폭을 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 수입가격에 비해 몇 배의 수익이 창출돼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장 최근인 2014년 조사에 기초해 수입농산물의 유통과정과 이윤폭을 살펴보니 바나나의 경우 평택으로 들여와 서울로 유통될 경우 1kg당 942원이던 수입가가 소비자에겐 2,700~3,000원에 판매된다. 3배 가까운 이윤이 창출되는 셈이다.

바나나는 필리핀산이 97.7%를 차지한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운송 시 바나나 운송 전용선박 또는 리퍼(냉장) 컨테이너가 이용되며 5~7일이 소요되고 통관과 검역에 약 2일이 소요된다. 또한 30%의 관세가 붙는다.

2014년 6월 기준 평택으로 들여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 수입업체가 13kg 1박스에 1만2,240원(1kg당 941.5원)에 수입해 관세(30%), 통관비, 방역비(600원/13kg), 후숙처리비(1,000원/13kg), 저장료(600원/13kg), 운송비(500원/13kg), 간접비(수입가의 3%), 이윤(1kg당 250.1원)이 발생한다.

가락시장에선 하역비(290원/13kg), 상장수수료(거래가의 4%)가 붙고 경락가격은 13kg 한 박스에 2만4,500원(1kg당 1884.6원)이 된다. 중도매인이 배송비(290원/13kg), 간접비(점포유지관리 등), 이윤(1kg당 38.4원)을 붙인 판매가격은 13kg 한 박스 2만6,000원(1kg당 2,000원)이다. 이후 소매상이 운송비(13kg 20상자 2만원), 간접비(점포유지비, 인건비 등), 이윤(1kg당 299.1원)을 붙여 1kg당 2,700원에 판매한다. 같은 시기 대형마트의 경우 1kg당 3,000원에 판매했다.

오렌지의 경우 부산에서 서울 가락시장과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경우 1kg 당 수입가격은 419.9원이고 소비자가격은 1,050~1,100원가량이다. 오렌지도 수입가보다 소비자가격이 2배가량 뛴다.

경기지역 하나로마트의 한 지점장은 “대형마트에서도 팔고, 상인들이 트럭까지 몰고 농촌에 들어가 판매하고 있다”며 “어차피 농협이 팔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서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그럴 바엔 농협이 수익을 내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수입농산물 마진폭도 꽤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수입농산물 판매가 반복되는 원인은 협동조합 정신보다 이윤창출이 최우선적 가치로 자리잡은 농협의 현 주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역농축협 운영을 위해 수익을 남겨야만 하는 지역농축협 조합장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국내 과수농가를 외면한 채 농협이 지켜야 할 협동조합으로서의 원칙마저 훼손해선 안 될 일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와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10월 고창농협에선 수입농산물 판매를 중단했으니 다른 점포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였다. 고창농협이 협동조합 정신을 각별하게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지역 농민들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판매 중단 확인서(사진)까지 작성한 것이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 중단을 위해선 결국 법적 강제장치가 필요하지만 농민들의 끊임없는 압박만이 이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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