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분노에 뒤집힌 한-미 FTA 공청회

농민의길‧축단협 “가장 피해 많이 본 농업 얘기 하나 없다”며 단상 점거
산자부, 버티기로 시간 채운 뒤 “공청회 마쳤다” 일방적 선언

  • 입력 2017.11.10 15:06
  • 수정 2017.11.10 23:4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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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강성천 산업부 차관보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과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이 공청회 무산을 선언한 뒤 현수막을 찢어버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절차로서 마련된 공청회가 농축산업계의 반발로 결국 파행됐다. 공청회를 주최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한-미 FTA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농업계를 위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준비하기는커녕, 내용에서 농업을 최대한 지우고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해 농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FTA대응대책위에 참여하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 소속 농민단체들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합동으로 ‘한-미 FTA 재협상 반대,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청회장 앞에 선 이들은 한-미 FTA에 대해 “쥐꼬리만 한 제조업 관세 철폐의 대가로 이 땅의 농업, 농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정부정책과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 자본을 위한 무법천지를 위한 규제완화, 과도한 지재권 보호, 건강보험 체계의 약화를 부르며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반민생 협정”이라고 규탄했다.

날선 기자회견 뒤 일단 공청회에 참석해 내용을 지켜보던 농민단체 대표들은 산자부 측 발표와 토론 패널 명단을 보고 끝내 단상에 뛰어들어 공청회를 중단시켰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 토종닭협회(회장 문정진), 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 대표 3인은 “FTA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농축산업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불공정한 묻지마 공청회”라고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공청회 패널들이 자리를 뜨자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이 패널들의 명패를 치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실제 이날 산자부가 배포한 공청회 관련 자료집의 분량은 전체 10여쪽에 불과했으며, 특히 협상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술이 전무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모두 학계 인사였고 그나마도 농업 분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속 1명뿐이었다.

단상을 점거한 농민들은 농업 분야 피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패널들은 적극적으로 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용교수 물러가라’ 등의 야유가 나오는 가운데 파행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결국 패널들은 모두 퇴장했으나, 강성천 통상차관보를 비롯한 산자부 공무원들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농민단체 측에서는 공청회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자부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계속 자리를 지키자 “종료 시간까지 버티다 공청회한 걸로 국회에 보고할 속셈”이라고 맹비난했다. 

계속 이어진 질타에 종료 30분을 남기고 강 차관보가 입을 열어 “지금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겁니다”라고 발언하자 농민들은 물병과 책자를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결국 폭발했다. 강 차관보는 “국민들과의 약속이니 오늘 공청회를 마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으나 농민들은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며 산자부에 ‘무산 선언’을 하고 농업계와 협의해 공청회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을 요구했다.

산자부는 농민들의 예상처럼 이미 공청회를 다시 열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측은 정오가 되자 “이것으로 공청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하고는 황급히 공청회장을 빠져나갔다. 산자부는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 "오늘 공청회 및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통상절차법 제 6조에 따른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공청회 무산 요구를 일축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단상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국민과 촛불의 이름으로, 이번 공청회는 무산됐다”고 선포했다. 농민의길은 공청회 최종 파행 뒤 입장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18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끝까지 투쟁해 한-미 FTA 개정협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이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이 단상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을 진행하려 하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한-미 FTA 폐기 및 공청회 연기를 촉구하며 주최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농민단체 회원들이 공청회 무산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FTA 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 앞서 한-미 FTA 폐기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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