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37] KTX와 농지

  • 입력 2017.11.10 09:53
  • 수정 2017.11.10 09:56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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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양양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언론들이 법석이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돼 서울에서 1시간 반으로 접근이 쉬워졌고, 2025년이면 속초까지 KTX가 개통될 것이고 그러면 용산에서 속초까지는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양 바로 아래 지역인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곧 KTX가 개통된다고 한다. 양양은 강릉 속초 사이에 있으니 이러한 여건 변화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속초·양양지역은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고 있고 분양가격도 서울의 외곽 수도권 지역과 비슷하다. 분양도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될 정도로 잘되고 일부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이 1억원 이상 붙었다고 한다. 그런데 분양을 받는 사람들의 3분의 2는 서울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얘기다. 서울의 돈이 지방에 까지 투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조차 돈을 빌려 뛰어들어볼까 한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지역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농업이나 어업, 그리고 영세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전한 대다수의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큰 상실감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작지만 건전한 생업을 통한 수입창출보다는 한탕해볼까 하는 이른바 투기심리가 창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인지 걱정이 앞선다.

토지나 농지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실 농부에게 있어 농지는 생산의 수단이지 투기의 수단이 아니다. 내 농지 가격이 오른다 하더라도 팔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산비만 오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농지도 투기의 대상이 됐고 농지의 절반이상은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인들의 소유가 돼버렸다. 헌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마저도 빼자고 한다하니 참 갑갑한 노릇이다.

힘들게 농사지어 얻는 소득이라곤 전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호당 연간 1,000만원에 불과하고 500만원도 못 버는 농가가 3분의 2를 넘는다. 사실 농사를 지어 소득을 창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보고 있다. 단돈 일이십만원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땅값이 오르면 팔아버리고 이 힘든 농사를 그만 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자조 섞인 불만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농산어촌 지역인 양양마저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결국엔 주민들과 농민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위락시설이 들어서고 관광객이 많아지면 물론 지역경제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근본적으로 농촌지역의 소멸위험을 줄이고 공동화하며, 주민들과 농민계층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농사짓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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