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협은 농민의 것이다”

  • 입력 2017.11.10 09:52
  • 수정 2017.11.10 09:53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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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누구의 것인가.” 한국농정신문 777호(2017.11.6)에 실린 서천군농민회 최용혁씨의 농민칼럼 제목이다. 최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중앙회가 이명박정권의 비자금 저수지로 거론되고, 불법대출과 비상식적인 투자 등 이명박 정권의 핫바지였음이 곳곳에서 증명된 것을 비판하며, 농협이 누구의 것인지 우리가 우리에게 먼저 묻고 답해보자고 제기한다. 진심으로 지지한다.

그에 대한 응답은 당연히 “농협은 농민의 것이다”이지만, 이 답은 너무나 케케묵었다. 농협법 조문으로만 존재할 뿐, 깊은 저수지 맨 밑바닥에 가라앉아 죽어 있는 것이다. 정작 주인은 자기 것인지도 잊었거나, 자기 것을 빼앗긴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인 조합원 농민은 말한다. “농협은 임직원의 것이다.”

오는 11월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농민의길>과 <농민헌법운동본부> 공동주최로 ‘농민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전국대회’가 열린다. 농민단체, 소비자생협,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이 날 적극 결합해 ‘농협중앙회 적폐청산 및 철저개혁’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며 농협개혁운동 추진의 결의를 모아내기로 했다.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적폐들이 수도 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중앙회 적폐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오늘 지역농협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동하며 지역농협의 조직운영 민주화와 사업경영 혁신을 지도·감독하기 위해서도 중앙회 적폐청산과 그 철저개혁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앙회가 농업·농촌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농정대개혁의 기수로 거듭나, 농협법 제113조(중앙회 목적) ‘회원의 공동이익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철저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앙회의 존재이유이자 정체성이다. 그렇지 못하면 해체돼야 한다. 조합원 농민과 회원조합에 군림하며 ‘임직원의 것’이 돼버린 중앙회를 농민의 것으로 되찾는 중앙회 개혁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계획이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국민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했다. 헌법에 철저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하며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주장했다. 마침내 헌법과 주권자를 유린한 자를 탄핵하고 투표를 통해 적폐정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아직도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자본과 권력의 기득권층 곳곳에는 적폐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촛불혁명은 미완성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국회의원 총선을 통해 적폐세력을 갈아치우고 사회대개혁을 완성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농협 개혁운동에서도 촛불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이다. 농협중앙회가 그 정체성을 회복하고 농민권리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실현에 제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농업·농촌·먹거리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그 점에서 농협 개혁운동은 조합원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이다.

농협중앙회 적폐청산 및 철저개혁운동은 ‘중앙회의 주권이 조합원 농민에게 있고, 중앙회의 모든 권력은 조합원 농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합원 주권자선언에서 시작한다. 조합원 주권자선언 깃발이 1,131개 회원조합에 나부껴 중앙회장 직선제가 실시되고, 지주회사체제로 주식회사가 된 중앙회를 혁파해 진정한 협동조합연합체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개혁운동을 지렛대 삼아 2019년 3월 실시될 전국 농협조합장 동시선거에서 개혁조합장들을 대거 진출시켜, 이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적 조직운영과 경영혁신으로 ‘좋은농협만들기’에 헌신하도록 해야 한다.

회원조합을 통제하고 조합원 농민과 회원조합 위에 군림하며 자기사업만 키워온 중앙회, 임직원 그들의 것이 돼버린 중앙회의 적폐가 모이고 모인 깊은 저수지 그 맨 밑바닥에 죽어 있는 “농협은 농민의 것이다”고 하는 조합원 주권자선언을 되살려, 중앙회 적폐청산 및 철저개혁운동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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