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키려 민중 입 막은 ‘촛불정부’

노트럼프공동행동,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종일 항의행동
경찰 ‘트럼프 모시기’ 급급 … 정부 출범 이후 차벽 첫 등장

  • 입력 2017.11.08 00:22
  • 수정 2017.11.08 01:0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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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열린 NO WAR 평화염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의 전쟁위협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열린 NO WAR 평화염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의 전쟁위협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옆 도로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 정부와 경찰은 방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철저하게 가리는데 온힘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날 ‘촛불’로 쟁취한 표현의 자유는 다시금 손상을 입었다. 촛불 1주년을 기념해 대통령이 스스로를 '촛불의 정부'라고 자처한지 불과 10일 만이다.

노동계와 농업계 등에서 260개 시민단체가 모인 노프럼프공동행동(공동행동)은 7일 오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공동행동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위협과 무기강매, 강도적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강력 규탄하며 즉시 이 땅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는 제재가 아닌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남북 간 긴장상태 완화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 측은 트럼프가 청와대 방문을 위해 광화문 앞을 지나는 시간에 맞춰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의 집회를 기획했다. 그러나 모여든 시민들은 경찰의 제지에 세월호 광장에 들어서지 못했고, 세종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에 걸친 작은 공간에 모여 항의했다. 점점 몰려드는 군중으로 인해 보행자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지 경찰은 그제야 광장을 일부 개방했지만 시위대는 이미 가로막힌 장소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한 뒤였다.

경찰은 “보행자 통행을 막고 있으니 광장 안쪽으로 물러나 달라”며 “(안쪽에서도)의사 표현을 하는데 있어 충분하다”고 요청했으나 공동행동 측은 이미 병력으로 군중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10여대의 버스를 동원해 남측 광장을 에워싸고 트럼프 대통령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시위대를 외부의 시야로부터 완전히 차단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처음 등장한 ‘차벽’이었다. 반면 광장 바깥에서 성조기를 든 행인들에게는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경찰들이 광화문역에서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는 출구를 닫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찰의 방해는 계속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하자 공동행동 측은 경복궁 동편 청와대로를 따라 올라가 청와대에 최대한 근접, 두 시간 가량 ‘No Trump, No War’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 발언을 이었다.

문제는 시위대가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행렬이 국립현대미술관 앞을 지날 때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인도를 포함, 차량이 통행 중이던 도로까지 점거해 시위대의 통행을 원천 차단했다. 같은 시각 일정을 마치고 잠시 호텔로 돌아가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곳곳에서 격분한 참가자들이 경찰과 마찰을 빚었고, 차량으로 통행하던 시민들도 난데없는 불편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해가 진 광화문 광장에서는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이 시작됐다. 집회에 참석한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오늘 국회에 있으면서 참 쓸쓸하고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며 “트럼프의 안전을 위해 차벽을 설치했다는, 촛불 혁명을 계승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국민들을 가두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목소리를 트럼프에 전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그 차벽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트럼프와 사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녁만찬을 위해 광화문을 통과하는 시점에 맞춰 다시 한 번 수분 간 세종대로를 향해 반대 구호를 외쳤다.

공동행동 측은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일정에 맞춰 집회를 예고해 다시 한 번 충돌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이 만찬을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자 참석자들이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이 만찬을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자 참석자들이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한 외국인이 'NO TRUMP NO WAR'가 적힌 촛불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촛불'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열린 NO WAR 평화염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들이 이들의 행진을 막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열린 NO WAR 평화염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의 전쟁위협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옆 도로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에 둘러싸인 시민들이 트럼프 방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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