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코미디

  • 입력 2017.11.05 19:0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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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국감이 열린 지난달 30일,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국감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릴 때까지 자유한국당 의석은 모두 비어있었다.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공영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까지도 국감에 복귀하지 않았다. 당연지사 보이콧 기간 동안 마사회를 비롯한 일부 피감기관에 대한 국감은 사실상 파행에 가깝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정부의 첫 국감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이전 정권에 대한 국감으로 탄핵당한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지적하고 당시 여당으로써 연대책임을 지며 통감하는 모습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정권 교체 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흐름에 보이콧을 놓는 행태에선 정기국회의 꽃이라 일컫는 국정감사에 임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 의원의 경우,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질문공세를 퍼붓고 나서는 김 장관이 “의원님, 답변 좀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시간이 없다”며 본인이 할 말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명분 없는 보이콧과 이를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에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이콧을 철회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뒤늦게 국감장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한 일은 농식품위 상임위 의제와는 전혀 다른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피켓을 노트북 겉면에 부착하는 것이었다.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맨 상복 차림으로 돌아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간 보이콧에 대해 사과의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이 규정한 ‘방송장악 음모’에 대한 유감 표명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본인들 스스로도 민망했던 탓일까. 어수선한 분위기의 오전 질의를 끝내고 오후 질의를 속개할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 노트북엔 전혀 다른 내용의 피켓이 붙여져 있었다. ‘최악수준 농업예산 文정부는 각성하라.’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쯤 되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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