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헌법 개정에 나서는 스위스 농민들

스위스 농민단체 '유니테르(Uniterre)'

  • 입력 2017.11.05 11:37
  • 수정 2017.11.05 11:57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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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인권이사회 3차 실무그룹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다국적기업에 대응하는 국제협약을 논의하는 자리로써 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대표로 참석했다. 회의를 마친 후 스위스 농민단체인 유니테르(Uniterre)와 간담회를 가졌고, 유니테르 회원의 농장에서 진행했다.

인터뷰는 스위스 농민들이 고민하는 헌법 개정과 농업직불금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한국의 농민단체의 고민과 일치한 것이 많았다. 스위스농업의 강점은 직불금제도가 아니라 농민이 헌법 개정안도 직접 발안할 수 있는 정치적 주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이 지난달 말 스위스 농민단체 유니테르 회원들과 헌법 개정에 관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Susanne Harmann, Coline Choquet, Patrice Berclaz, 박 위원장.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름은 콜린 쇼케(Coline Choquet)고,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다. 나는 항상 농민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전국의 다양한 농장을 다니며 농사일을 배웠고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농민들의 경제적 상황이 열악, 아니 처참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집회나 회의를 통해 농민 문제를 접하면서 이런 현실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러다 유니테르(Uniterre)라는 조직을 알게 됐고, 이들과 함께 2015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유럽 식량주권 포럼’에 참가했다. 이후 ‘식량주권 이니셔티브 위원회’에서 이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농업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진 않지만, 자신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농민이 되고자 하는 친구들을 조금씩 알게 됐다. 그렇게 모인 우리들은 1년 전부터 1㏊ 땅에 퍼머컬쳐(permaculture) 방식으로 야채를 키워 직거래를 하고 있다.

 

유니테르의 소개도 부탁한다.

유니테르는 1951년에 설립된 농민 단체다. 사무실은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다. 현재 8개 지역 1,100명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연회비로 대부분의 활동을 운영한다. 우리 조직의 첫 번째 목표는 농업 부문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 즉 농민들의 노동에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둘째로 농업 및 연관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유니테르는 스위스의 다양한 소규모 운동들을 아우르는 어머니 조직이라 할 수 있고, 국제 농민운동 단체인 비아캄페시나의 일원이기도 하다(유니테르의 우리 말 뜻은 ‘땅의 사람들의 연합’ 이라 한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스위스 헌법을 최고라고들 생각 하는데, 유니테르는 왜 개헌에 힘쓰고 있나? 현재의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과 실제로 당면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매우 크다. 전국적으로 매일 3개의 농장이 사라지고, 많은 농민들은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막막해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농업에 관한 헌법 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물론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농민의 농업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보완돼야 한다. 중요한 건 모든 이들이 건강한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해야한다는 거다. 우리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에 기반한 공정한 국내외 시장을 강화시키고자 한다. 경쟁적 시장은 인간과 환경을 파괴시킨다. 이에 새 헌법 조항을 통해서 ‘농민의 씨앗’, ‘GMO 없는 먹거리’, ‘청년과 농업 기반 공동체의 토지 접근’과 같은 이슈들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대중운동을 하는 우리 의회에서 충분한 정치적 지지를 받는데 제약이 많다. 스위스 사람 대부분은 여전히 시장을 맹신한다. 국민들은 사실 유통업자와 가공업자들이 스위스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헌과 관련해 발안의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은.

먼저 발안 내용을 담은 문건은 혼란의 여지없이 명확해야 하고, 전반적인 쟁점과 가령 국제인권법의 핵심을 반영해야 한다. 연방 차원에서 국민발안이 받아들여지려면 스위스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18개월 내에 10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서명을 연방 사무국으로 보내고, 유효성을 확인한다. 연방내각(행정부)에서 먼저 문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그 다음에는 전국의회와 주의회(국회)로 넘어간다. 이 두 의회에서는 찬성,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거나, 역제안(counter-proposal)을 할 수 있다. 두 의회가 같은 입장일 때 해당 발안은 국민 투표 안건으로 제출되고, 만약 이에 반대되는 또 다른 안이 있다면 그것도 제출할 수 있다(유니테르는 올해 스위스 시민사회단체·정당과 공동으로 ‘식량주권’을 명시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을 10만9,00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고 한다) .

 

개헌을 위한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고,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나.

연방 의회는 이미 우리의 발안을 받았고, 의회에 역제안 없이 거부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본 발안이 국제 경쟁력과 식품 산업에서의 혁신 역량을 떨어뜨릴 것이라 주장한다. 다음 절차로 11월 13~14일에 우리 위원회 담당자 한 명이 역제안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우리가 소수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벽은 높지만 그 안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스위스 농업 직불제의 한계와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직불제는 1996년 처음 시작됐고 이로 인해 농민의 역할은 바뀌게 됐다. 더 이상 먹거리 생산자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경관을 가꾸고, 생물 다양성과 동물, 수질까지 돌본다. 내가 보기에 이는 소규모, 다양화된 토착 농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살펴보면 유통업자들만이 이러한 시스템에서 이윤을 취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생태적 활동에 대한 보상은 농민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30년 동안 식량 가격은 30%나 떨어졌는데 소비자들이 내는 비용은 14%가 증가했다. 새로운 정책에서 재미를 본 건 유통 및 혁신 산업이다.

두번째로, 생태적 기준 때문에 농민들이 자신의 농장을 다시 설계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심각한 빚을 떠안게 됐다. 농민들이 이러한 보조금에 의존 하게 되는 건 시장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안은 정부로 하여금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모든 농업 부문에서 적법한 가격을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농민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당면하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이 농장은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새로운 농민들은 소비자로부터의 직접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시스템이야말로 정당하고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인 것 같다. 소비자들은 일주일분의 야채 가격을 미리 지불한다. 처음에는 신선 야채를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곡물도 포함하게 됐다. 오늘 아침의 경우 직거래를 위해 3개 농장에서 생산한 양파를 준비했다.

청년층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농업 정책은 농민들이 더 잘 살게 하기 위해 농장 규모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농촌에서 태어나지 않고서야 농사지을 땅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식량주권이라는 목표, 특히 개헌 운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 같나.

대한민국에 식량주권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매우 기쁘다. 식품 산업과 초국적 기업에 맞서 우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 운동과 시민 사회를 위한 강력한 목소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법이 있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를 위한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는 먹거리 시스템을 민주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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