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조합원이 ‘농협 적폐청산’ 외쳐야 한다”

좋은농협운동본부, 농협 개혁 토론회 개최 ... 한우협회 ‘범국민 농협 적폐청산 추진위’ 제안

  • 입력 2017.11.03 13:30
  • 수정 2017.11.03 13:3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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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전국한우협회의 후원으로 지난달 26일 ‘농협 개혁을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의 좌장은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가 맡았고,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김순재 전 동읍농협(경남 창원) 조합장,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 개혁이 화두가 됐지만 원칙이 변질된 채 개혁이라는 이름만 남고 개악으로 귀결됐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실질적 개혁을 위한 방법론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순재 전 동읍농협 조합장은 “현재로서는 농협중앙회 개혁은 불가능하다”며 “수십 년 동안 농협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고,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지주 등 내부의 힘으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내부 개혁 가능성은 제로”라고 못 박았다. 김 전 조합장은 농협 개혁의 두 가지 조건으로 정치권의 개입과 현장 농민들의 문제 제기를 제시했다.

이헌목 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는 “여태까지 정치권이 개입했지만 농협 개혁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일제에서 독립하듯 농민조합원이 주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임직원을 지배하는 체제로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진정한 농협 개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사)자치와 협동 사무국장은 “재벌 개혁이 국민적 문제 의식의 바탕 위에서 권력의 힘으로 제도를 바꾸고 경제민주화로 진척됐듯 농협 개혁도 현장 농민과 국민적 문제 의식의 확산 속에 정치권력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병옥 전농 사무총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각 부처별로 개혁위원회가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농협 고위 관계자에 농협개혁위원회 설치 여부를 물었지만 이미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고만 한다. 이게 농협의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농민단체와 농민조합원이 농협에 후원과 지원을 직접적으로 요청하거나 이미 받아왔다. 과연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문제 있는 농민단체도 있지만 농민단체가 뭉친다면 뒤집을 수 있다”며 “농협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면 멸망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민단체, ‘구동존이’ 정신으로 함께 만들어야”

이날 토론자들은 농협 개혁의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이 상임대표는 “농협을 주인인 농민조합원에게 확실히 돌려주려면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신용사업을 통폐합해 그 지분을 농민조합원에 나눠주면 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농협은행을 설립하며 60%의 지분을 농민에 나눠주고 나머지 40%를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또한 농민조합원이 그 지분에 대한 권한을 조합을 통해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조합의 지분유지도 가능하다는 게 이 상임대표의 설명이다.

이 상임대표는 또한 “농산물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품목별조직을 통한 생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농민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조합장이 되고 회장이 되면 간단한 일”이라며 “적어도 농민단체라면 농협 개혁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농민헌법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농협 개혁 의제를 다루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농민단체가 자기 것을 내려놓고 구동존이(求同存異, 이견은 남겨두고 공통된 의견을 추구한다)의 정신으로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농민조합원의 역량이 취약한 현실 속에서 중장기적 과제로 삼고 무엇보다 “2019년에 있을 전국조합장동시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도록 선거제도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품목조합과 품목별연합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설립 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문재인정부에서 최소한 경제지주를 경제사업연합회로 바꾸는 것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농협 적폐청산은 결국 농민조합원들이 얼마나 농협 개혁을 열망하느냐의 여부에 달린 셈이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농협 개혁을 위해 정치 권력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농민조합원들의 자생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요약했다.

한편, 지난 9월부터 농협 적폐청산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한우협회는 이날 좌담회를 계기로 ‘범국민 농협 적폐청산 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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