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l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문제] ①농협, 수입농산물 얼마나 들여오나?

농협, 최근 5년간 수입농산물 1조2천억원어치 유통

  • 입력 2017.11.03 13:23
  • 수정 2017.11.05 19:2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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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 문제를 이번엔 뿌리 뽑을 수 있을까? 농협은 내부지침에서 수입농산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매를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이번엔 끝장을 보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가 반복되는 원인과 그 해법을 4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1. 농협, 수입농산물 얼마나 들여오나?

2. 수입농산물 판매 반복되는 이유

3. 판매 금지, 법제도로 강제해야

4.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 반드시 막는다

농민들 “다리에 힘 풀릴 정도로 참담” … 심지어 콩나물까지 수입 판매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 미국산 체리와 오렌지, 칠레산 거봉과 필리핀산 망고 등이 진열돼 있다. 한승호 기자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바나나와 오렌지, 파인애플 등 농협에서 판매되는 수입과일을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국정감사장 한쪽에선 “선물세트 같다”는 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설 위원장은 단호하게 “선물이 아니다. (농협 수입농산물 판매)실태를 증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의 한 장면이다.

이날 참고인으로 국정감사장에 선 박 위원장은 “농촌지역까지 수입산과일을 파는 트럭이 돌고 있다”며 “각종 FTA 체결로 무분별하게 쏟아져 오는 수입과일로 국내산 과일이 설 자리를 잃은 가운데 농협마저 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농민의 입장에선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참담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이 전한 농민들의 울부짖음이 괜한 호소가 아님은 농협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농협은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여 간 농협 공판장을 통해 60만5,288톤, 금액으로는 1조1,918억원에 달하는 수입농산물을 유통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1만4,770톤(2,124억원), 2014년 11만2,767톤(2,234억원), 2015년 12만8,504톤 (2,499억원), 2016년 13만8,441톤(2,846억원)으로 점점 증가했다.

최근 5년여 간 농협이 유통한 수입농산물을 과일과 채소로 나눠보면 과일이 9,206억원(77.2%), 채소 1,750억원(14.7%), 기타 962억원(8.1%)이다. 과일류를 세분화하면 바나나 4,182억원, 오렌지 2,043억원, 포도 1,042억원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대표적 수입과일인 바나나와 오렌지의 경우 올해 8월까지 8개월간 수입된 총량은 각각 30만6,000톤, 14만6,000톤이다. 같은 기간 농협의 유통량은 각각 4만6,320톤, 1만8,629톤이다. 바나나와 오렌지의 농협 유통량이 각각 우리나라 전체 수입량의 15.13%, 12.75%에 달한다.

이와 관련 농협이 바나나, 오렌지 외에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늘·호박·당근·표고버섯·건고추·도라지·고사리와 심지어 콩나물까지 수입하고 있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김병원 회장은 “과일 일부를 수입하는 줄 알았더니 채소까지 수입하는 걸 몰랐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국정감사라는 중요한 자리에서 김 회장의 무책임한 답변은 농민의 입에서 장탄식이 쏟아져 나올 법한 발언이다.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농식품부의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이에 김영록 장관은 “국내농산물과 경합되는 수입농산물은 판매하지 않는 게 농협의 취지에 부합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공식화하는 농식품부의 지시는 여러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행정지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WTO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황 의원은 “이미 농협이 내부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공식화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냐”며 강력한 법적 제재를 재차 주문했다.

특히 설 위원장은 국정감사를 갈무리하며 “농협이 국내산만 판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는데 작은 이익 때문에 수입농산물을 파는 것은 결국 존재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질타하며 “농협에선 고집스럽게 우리 농산물을 팔아야하고 장관도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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