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불통의 4중주, 농협 축산경제사업

  • 입력 2017.10.29 12:11
  • 수정 2017.10.29 12:1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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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경제지주가 올해 출범하며 농협중앙회 내 축산경제 조직도 일괄 경제지주로 이관했다. 지난해 범축산분야 차원의 엄호 속에 경제지주내 축산경제의 독자성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축산경제의 경제사업은 축산농가와 회원조합의 신뢰를 얻기엔 아직 미진한 모습이다.

한우농가들 사이에선 농협이 유통비용 축소에 노력해야 하는데 수수료 수익에만 매몰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현권 의원실이 농협경제지주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축산물공판장 수수료율은 1.5%다. 농협경제지주는 “농안법상 2% 이내에서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지만 양축농가 소득 제고를 위해 1.5%를 수취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농협 공판장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붙는 여러 수수료는 농가에서 받는 수수료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공판장에서 중매업자로 다시 가공공장으로 넘어가는 과정마다 수수료가 붙는다. 결국 한우의 높은 소비자가격은 유통과정을 축소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상차비도 공판장마다 제각각이다. 1만원대의 상차비를 받는 공판장이 있는가하면 음성은 2배인 2만원대다”라며 “설사 농협이 유통과정을 단축해도 고스란히 사업수익으로 남기면 소비자가격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한우 자급률 회복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조합들의 사정은 어떤가. 지역축협은 축산분야 경제사업에 지역농협까지 가세하며 지역에서 사활을 건 사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축협과 품목조합이 회원농가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농협경제지주와 그 자회사가 가세했다. 대기업의 축산진출은 점차 세를 확장하고 있는데 농협은 조직간 경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찾은 축산부문의 농협계통간 경합제품들이다. 각 품목조합과 지역축협이 내놓은 우유 외에도 목우촌과 농협 하나로마트가 PB상품으로 내놓은 우유가 같은 매대에 놓여있었으며 계란 매대에선 안심계란과 하나로마트 PB가 경합하고 있었다. 그 외 돼지고기, 곰탕 등의 제품도 농협경제지주와 회원조합간 경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한승호 기자

진짜 갑은 따로 있다. 경제사업의 최종 판로를 거머쥔 농협 하나로마트다. 농협 내 축산조직 간 경합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우유, 계란, 곰탕까지 자체 PB브랜드 제품을 내놓았다. 서울우유 옆엔 목우촌 우유, 그 옆엔 농협유통 PB브랜드 우유를 나란히 나열한 하나로마트 매대는 농협간 사업경쟁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권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국감자료를 보면 농협하나로유통의 축산 PB상품은 지난 8월까지 목우촌 10%, 부산경남우유농협 18.4%를 제외한 71.6%를 민간기업에게서 납품받았다. 농협유통은 PB브랜드 계란 100%를 외부 농업회사법인에게 납품받았다.

지역축협·품목조합·축산경제·농협유통간 불협과 불통은 농협 축산경제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농협 계통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커녕 축산농가와 회원조합의 우려만 쌓이는 이 폐단을 언제쯤 고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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