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ICAN 노벨 평화상이 북핵 압박인가

  • 입력 2017.10.22 12:12
  • 수정 2017.10.22 12:15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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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핵무기폐기를 위한 국제운동을 벌여온 ICAN(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말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는 정작 아무런 실천도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세간에서는 ‘노벨 평화상을 외상으로 주었다’는 비판도 있었고, 심지어 ‘노벨 평화상 먹튀 사건’이라는 조롱까지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ICAN이 벌여온 핵무기폐기 운동을 바탕으로 지난 9월 유엔이 ‘핵무기금지조약’을 탄생시키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수상 자격에 대한 논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ICAN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두고 국제사회가 북측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압박을 넣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주요 언론들도, 익명의 정부관계자도, 일부 전문가들도 그런 식의 해석을 많이 내놓았다.

과연 그런 것인가?

노벨 평화상 결정 직후 ICAN이 밝힌 수상소감을 들었거나 혹은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이라도 있다면 그런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할 수 없을 것이다.

ICAN은 북미 모두 상대방에 대한 핵위협을 동시에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의 핵개발만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도 똑같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북측과 미국에게 핵위협을 중단하라는 동시행동을 요구했다. 북미 사이의 핵대결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과 입장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거나 의도적인 왜곡에 불과하다.

게다가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은 북핵을 압박하는 측면보다는 미국 등 기존 핵보유국을 압박하는 측면이 더 크다.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은 지난 9월 19일 51개국이 서명에 참여했다. 미국 등 기존 공식 핵무기 보유국은 모두 이 조약 자체를 거부했다.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반면에 북측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유엔 연설을 통해 핵무기금지조약의 취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고 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핵무기가 폐기된다면 자신들도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래서 북측 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기존 핵보유국이 ICAN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더 예민하게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어서 핵무기금지조약 자체를 반대한 한국, 일본 등에게도 ICAN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가 ‘북핵’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은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시각이다.

근대의 사상을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우상’을 버리는 것이 근대적 시각이라고 했다. 베이컨의 설명을 빌리자면 ‘북핵’에 관한 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극장의 우상 혹은 동굴의 우상이 지배하는 근대 이전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문재인정부가 운전석에 앉아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농업교류협력을 다시금 활성화시키는 등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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